▲ 우난순 지방·교열부장 |
왼손잡이는 동성에 논란에 비하면 훨씬 단순하다. 동성애에 대한 억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뿌리가 깊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는 동성애와 양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제우스, 헤라클레스와 같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은 동성애자였다. 허나 교회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행위는 죄악으로 간주됐다. 종교적 믿음에서 기원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자세는 오랫동안 서구사회의 사고를 지배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시대 세종의 며느리, 곧 문종의 부인인 세자빈 봉씨는 동성애로 물의를 일으켜 궁궐에서 쫓겨났다는 기록이 있다. 여종 소쌍을 강제로 옷을 벗기고 눕게 하여 희롱했다는 죄목이다.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은 잠재적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친구들간의 우정을 넘어선 각별한 애정은 그런 예를 증명하지 않나 싶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만도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 자신의 작품에서 동성애자로서 겪는 사회적·인간적 갈등과 고립감을 내비쳤다. 이렇듯 동성애는 혐오의 대상이자 드러내선 안되는 금기의 언어였다. '정상적 결혼'이라는 제도로부터 배제된 채 외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성소수자들.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자신의 성적 성향을 온전히 받아들였겠는가. 남과 다르다는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거부의 대상이 되는게 인간 본성이다. 냉대와 조소 속에서도 성소수자의 지난한 싸움은 끈질겼다. 동성애 성향이 선천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지만 그들에 대한 오해와 차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6월 미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은 하나의 혁명이다. 아직도 인종차별이 만연한 나라에서 이번의 진보적인 판결은 아이러니이기도 하지만. 사실 동성애를 인정하는 여론이 높아진 계기는 유명인사의 '커밍 아웃'이 한몫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을 비롯해 CNN 앵커 앤더슨 쿠퍼, 유명 정치인 등이 동성애자임을 선언했다. 팀 쿡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이는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말해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한국사회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반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거기엔 15년전 커밍아웃한 홍석천의 공이 컸다. 그러나 2012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표'를 의식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수개신교의 반동성애 의지는 훨씬 견고하다. 서울시민인권현장 제정이 무산된 과정에서도 그들의 직접적인 로비와 항의가 작용했다.
대전시기독교대책위도 지난 11일 대전시의회로부터 동성애 관련 성평등조례 사항을 삭제하기로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권선택 시장은 성평등 조례 제정과 관련해 기독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도 의식의 확장으로 폐기되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적인 혐오는 '이웃 사랑'과 배치된다. 검은 눈 검은 머리, 파란 눈 금발 머리, 검은 피부가 있듯이 다름의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성숙한 인간의 요구조건 아닐까. 기독교인들이 섬기는 신도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라고 했잖나.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 동성애냐 이성애냐. 타고난 것을 억누르는 사회통념은 비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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