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웅주 충남해양과학고 교장 |
나는 메일을 읽고 당황스러웠다. 요즘 하도 사기 사건들이 많아 조심스럽기도 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실제상황'과 '싸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믿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선희가 누군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았고, 선희라는 이름의 제자들이 여러 명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에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제자도 많고 세월이 흘러서 선희 사진 봐야 할 것 같구나! 소식 들으니 반갑구나! 벌써 20여년 세월이 흘러 간 것 같은데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다니 고맙구나!”
내가 교직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든 영어 수업시간마다 열정을 다해 수업을 했다는 것이다. 정말 1시간 수업을 위해 2시간 이상 준비를 했고, 때로는 7시간 준비를 하기도 했다. 수업단원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실물교재들까지 준비할 정도로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하려고 노력했다.
한 달에 1회 정도는 나의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는 무기명 설문을 받아 나의 수업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보완하여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하였기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학부모들로부터 무척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메일을 통해 학생들의 여러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 주었다. 학생들은 학습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여러 질문들을 했고 나는 정성껏 답변해 주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고 나는 학생들의 멘토(mentor)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한 학생이 나에게 말했던 내용이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도대체 모르시는 것이 없어요! 영어에 대해서도 박식하시고 모든 다른 분야도 매우 폭 넓게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선생님 수업 때문에 학교 다닐 맛나요. 평소는 무섭게 생활지도 하시는데 수업시간에는 전혀 무섭지 않고 너무 좋아요. 선생님은 우리들의 영혼을 조각하시는 예술가 같기도 해요!”
지난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정말 수업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과 나는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정말 50분 수업이 늘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진행했던 것 같다.
요즘도 가끔 노랗게 바라고 오래 묵어 너덜너덜한 무기명설문지들을 가끔 읽어보곤 한다.
후배 교사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말해 주고 싶다. 첫째, 수업 준비를 위해 신명(身命)을 다 바치라! 준비를 하는 과정부터 자신은 행복한 교사가 되리라 확신한다. 둘째, 수업을 즐겁고 행복하고 유의미하게 진행하기 위해 모든 힘과 에너지를 바쳐라! 그러면 수업시간은 천국 자체가 될 것이며 학생들과 지상 최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셋째 '수업은 교사의 생명이자 학교의 꽃이다.' 그러므로 수업의 전문가가 되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위해 무기명 설문을 받아 분석하고 자신의 수업을 적극 개선하라!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는 진정한 스승이며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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