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외현적 자기애는 자기애의 발현이 현저해서 증상으로 발전된 형태다. DSM-Ⅳ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자기과시가 지나칠 정도이고,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여 자신에게 특별하게 대해주지 않는 사람이나 기관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 성격을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특성으로 기술한다. 이들의 정서는 항시 즐거운 기분에 차 있거나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갖고,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분노감을 갖는다.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으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지루함과 공허감을 자주 느껴서 항상 자극적인 것을 찾으려 한다. 자신이 한 일이 기준에 안 맞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쉽게 우울해지거나 불안해한다. 자존심에 있어서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비판이나 패배로 인한 상처에 매우 민감하다. 항상 비난이 이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으며 비난은 이들에게 굴욕감, 자존심의 손상, 공허감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거만하게 행동하고, 화를 내며, 도전적인 반격을 가한다. 흔히 이러한 경험 이후에는 사회적 위축이나 겸손한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태도는 그들의 거만함을 가려주고 방어해 준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극단적인 표현을 써서 논쟁이나 싸움에 이르게 된다. 대인관계가 전형적으로 손상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의 권리에 대한 특권의식, 칭찬욕구는 강하지만 상대방의 감수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자만심 강한 야망과 신념으로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지만, 좌절이나 비난을 못 견디는 성격 때문에 이런 성취가 무너져 버리고 만다. 때로는 직업기능이 매우 저하되기도 하는데, 타인들과의 경쟁 위험이 높거나 좌절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경우에 그렇다.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수치심이나 굴욕감과 이에 동반되는 자기 비난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 우울, 그리고 기분부전장애나 주요우울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요즘 도로 위 폭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가해 운전자의 분노감정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분노 감정문제 이전에 두 운전자 사이에서 일어난 경쟁심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경쟁심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기애적 성향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감정 중 하나다. 타인의 차량이 앞으로 끼어들거나, 진로를 방해하거나, 추월하는 것조차 참을 수 없고, 양보하거나 물러날 줄 모르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을 다른 말로 자존심, 또는 핵존심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열등감의 뒷면이라고 보는 것이 심리적 진실이다. 왜냐하면 도로 위 폭력이라는 상황에서 발생되어지는 심리적 문제인 경쟁, 공격, 편협 등은 내면의 약함에서 나타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증상은 자기애성격이 강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도 성격의 부적응적 측면이 강화될 때 전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격성향이다. 지금 이순간도 이러한 성격을 강화시키는 요소들 속에 우리의 자녀들이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공동체 그리고 가정공동체가 부적응적 성격형성에 강화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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