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에는…썩은 깻묵 먹으며 버틴 생지옥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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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전에는…썩은 깻묵 먹으며 버틴 생지옥이었지”

대전지역 日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최장섭 옹 증언 창고에서 84명 엉켜 쪽잠자고 1000m 갱도에선 122명 죽어나가

  • 승인 2015-08-16 16:48
  • 신문게재 2015-08-17 7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지난 14일 저녁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최장섭 할아버지가 징용 당시 겪어던 참혹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증언하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최장섭 할아버지가 징용 당시 겪어던 참혹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증언하고 있다.
“내 나이 100살을 바라보는 지금도 복수가 생각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지, 죽으면 내다 버리고 죽지 않으면 일을 시켰으니까.”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날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죽지 않을 만큼 일해야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마음과 몸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았지만 세상은 점점 그 상처에 무뎌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7시 대전시청 북문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민족공동행사 대전준비위원회'와 '평화나비 대전행동'이 공동주최한 '해방에서 통일로'에서는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고된 노동을 했던 김한수(97), 최장섭(86) 할아버지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덕구 와동에 사는 김 할아버지는 1944년 당시 27살에 일본 나가사키현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다.

창고에 판자로 층을 내고 일본식 바닥재인 다다미를 깔고 수용인원이 12명인 곳에서 84명이 엉켜 쪽잠을 잤다. 김 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일본 항공모함에 쓰이는 대형 파이프 구부리는 일을 하다 왼발 엄지발가락이 부서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가장 서러웠던 건 지금 떠올려도 참기 어려웠던 배고픔이었다. “개한테도 그런 음식은 안 줍니다. 기름 짜내고 난, 썩어서 냄새나는 깻묵이나 고구마 넝쿨을 바닷물에 삶아서 먹으라고 줬습니다. 죽지 않게 먹이고 그래도 죽으면 내다 버리고, 죽지 않으면 또 일을 시켰습니다.” 그는 지독하게 배고팠던 그날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했다.

김 할아버지는 “아베 총리가 미·중국에 사과하면서 한국은 식민지여서 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정부는 그말을 듣고도 항의하지 못하고 뭐 하는 것이냐”며 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최장섭(동구 판암동) 할아버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일본에 끌려간 당시 17살 소년은 일본의 참혹함을 똑똑히 기억하는 듯 했다. 최근 일본의 군함도(하시마섬)가 유네스코에 지정된 것에 대한 거센 분노도 표현했다.

“일본은 전 세계인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어. 어린 조선인 노동자와 당시 일했던 미국 포로, 중국인들까지. 모든 역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마치 거기 있는 시설들이 자신들의 자랑인양….” 최 할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1000m 해저에 갱도를 파고 막장에서 일했다. 가장 힘들고 위험한 곳에서 일하던 조선인 12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두 노인의 주름진 얼굴은 당시 힘없는 나라의 국민으로 고단했던 삶을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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