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까지 있는 8·15 광복절 사흘간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영화계의 광복절 특수가 기대된다.
특히 영화 '암살'이 천만관객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암살'이 개봉 5주차에도 평일 평균 17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순항하고 있다. 이번 주내 천만 돌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광복절이 천만관객의 '그 날'이 될 수 있을지 화제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도 호평 속에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영화 '협녀:칼의 기억'이 13일 개봉, 한국영화의 흥행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매점유율을 보면 '베테랑'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로그 네이션'이 뒤를 잇고 있으며 '협녀'의 예매점유율은 세 영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의 아픔을 다룬 2편의 영화,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위로공단'과 한국 사회를 은유하는 블랙코미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개봉됐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다. 이정현이 주연을 맡았다.
칼의 시대,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
한국에서 보기 드문 무협영화일 뿐만 아니라 주목받는 세 명의 배우를 한 자리에 모았다는 것 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 공주'를 연출했던 박흥식 감독의 작품이다. 박 감독이 작품을 구상하고 개봉하기까지 자그마치 1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6년 동안 구상했고,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했으며 주연배우 이병헌의 사생활 논란 등으로 인해 1년 가까이 개봉이 미뤄졌었다.
주인공 이병헌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는 평이다. 박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한 전도연, 충무로를 대표하는 20대 배우 김고은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와 액션 등의 완성도 면에서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배우를 얻고 무협을 잃었다'는 헤드라인이 눈길을 끈다.
칼이 지배하던 시대,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 고려를 탐한 검, 유백(이병헌), 대의를 지키는 검, 월소(전도연), 복수를 꿈꾸는 검, 홍이(김고은), 뜻이 달랐던 세 개의 칼이 부딪친다.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액션 대작이다.
잘 나가던 女변호사, 두아이 엄마 되다?
배우 엄정화의 매력을 십분 활용했다. 화려한 싱글에서 갑자기 애 둘 딸린 엄마가 돼버린 엄정화의 능청스런 코미디 연기와 아역배우들과 나누는 따뜻한 감성이 기분좋게 즐길만한 영화다.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보며 영화 말미에는 눈물까지 '찔금' 흘릴만 하다. 다만 가정주부와 독신여성의 모습을 정형적으로 그려낸 점은 아쉽다. 출연 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송승헌의 평범하고 자상한 남편 역할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쓸데없이 잘 생긴 얼굴'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평도 있다.
승소율 100% 잘 나가는 싱글 변호사 '이연우'(엄정화). 미국 뉴욕 본사 발령을 앞두고, 연우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생사의 위기에 놓인 연우 앞에 나타난 수상한 남자 '이소장'(김상호), 그는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제안을 수락한 그녀에게 찾아온 건 지나치게 자상한 남편과 애 둘 딸린 아줌마의 전쟁 같은 일상! 연우는 청천벽력 같은 인생반전으로 패닉에 빠지고, 남편 '성환'(송승헌)과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변해버린 아내, 엄마로 인해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딱 한달, 완벽하게 숨겨야만 하는 그녀의 반전 라이프가 시작된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행복할 수 없죠?”
'절묘하게 비튼 현실의 대한민국'이라는 한줄 평이 가슴을 찌른다. 수남(이정현)은 자격증을 14개나 땄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조그만 공장의 경리가 된 수남은 규정(이해영)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범한 행복을 바란다. 하지만 남편이 손가락을 잃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수남은 자책과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더 많은 일을 하고 또 한다.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일 저일 마다치 않는 수남. 하지만 현실은 수남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제목을 빌렸다. 성실함 하나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순수한 여인,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한 여인의 수난사를 통해 탐욕에 찬 세상과 인간사의 부조리를 꼬집는다는 평이다. '꽃잎'을 통해 데뷔했던 이정현이 순수하면서도 광기 어린, 성실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생활의 달인, 주인공 수남을 완벽히 표현하며 '대체불가'의 연기를 펼친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개봉 전부터 영화 마니아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행진이 이어졌다.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근래 읽어 본 각본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여성 노동자 삶 다룬 '휴먼 아트 다큐'
올해 열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서 영화 전편이 그대로 상영됐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임흥순 감독의 작품으로 1978년 동일방직 오물 투척사건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 노동자의 삶과 애환을 다룬 '휴먼 아트 다큐멘터리'이다. 임 감독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여성 66명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스크린에 담았다. 총 제작기간 3년, 2만2000㎞의 한국의 공장에서부터 캄보디아, 베트남에까지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그려냈다.
고급 브랜드 운동화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지만 자신이 만든 운동화를 사서 신을 수 없었던 여공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꿈과 행복을 위해 일해 온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임 감독이 봉제공장 시다였던 어머니에 대한 헌사를 바친 작품이기도 하다.
김의화 기자 joongdonews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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