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예나 지금이나 국가공동체의 흥망성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세계 200여 국가와 무한경쟁을 해야 하며 러시아와 중국, 미국과 일본의 틈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우리나라는 전체와 부분, 국제상황과 국내 문제를 함께 살피면서 가야 한다. 24시간 잠자지 않고 살펴도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호전적인 북한과 맞서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외교는 여야나 민ㆍ군ㆍ관ㆍ학 모두의 협력이 일사불란하게 필요하다. 이런 때에 여와 야가 국가보다 정당, 정당보다 계파 그리고 지역 간, 노소 간, 보수와 진보 간 나누기만 한다면 5000만 국민들은 불안해서 단잠을 잘 수 없다. 국토를 지키고 치안을 유지하느라 밤낮으로 수고하는 군·경 및 국정원의 수고를 생각할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깊은 감사를 느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한 달은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한 일에 대해 테러 및 대공 용의자들의 휴대전화 감청용이라는 국정원의 설명이 있었는데도 국내 민간인들에 대한 사찰용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계속 있었다. 어디서나 일정량의 비밀은 있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무덤에 갈 때까지 본인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을 것이고 가정에도 부부만 알고 있어야 할 비밀이 있을 것이다. 이는 직장이나 기관도 마찬가지요,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가적 차원의 비밀은 국민끼리만 공유하고 보호해야지 전 세계에 내놓고 벗기고 확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정보인권도 중요하니 인권보장과 국가안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배를 타고 여행하는 승객들 중에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고 때로는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배가 두 동강 나서 침몰하는 데까지 가면 안 된다. 배가 깨지면 이긴 자도 진 자도 모두 빠져 죽는다. 승선자 모두가 망하는 싸움은 피해야 한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목표로 할 것이다. 지향점이 같다면 방법과 우선순위는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여·야의 정책을 보면 80%가 같고 20% 정도가 다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국민의 문제를 다루는데 크게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아 협력할 것은 과감하게 협력하고, 쟁점사항은 협의해 다수결로 결론을 내면 될 것이다. 여·야를 동시에 보고 있는 국민들의 평가를 의식해주기 바란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도 선생님이 수업준비를 하고 오셨는지 아닌지를 훤히 알고 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더 빨리 느낀다.
미국, 독일, 러시아, 싱가포르 등 우리와 동일한 프로그램을 구매한 30여개 국가에서는 아무 말 없이 지내고 있다. 미국의 FBI나 CIA,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도 우리나라 국정원과 같이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들 국가보다 훨씬 더 위험한 북한과 맞서 있으니 국정원의 테러위험 및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안보 활동에 응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물론 국정원도 참외밭 옆에서 신발끈을 고쳐매는(瓜田納履)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든 국익에 반대되는 자해 행위를 계속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우리는 열심히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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