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순 대전동산초 교감 |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는 자연과 더불어 숨 쉬며 놀며 공부하며 지냈다. 유치원이나 학원 등이 없었던 시절이니, 특별한 교육시설의 덕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의 끊임없는 잔소리 교육으로 성장을 한 것 같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 감시에서 규칙과 질서, 예절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말과 행동에는 여지없이 쏟아진 매섭고도 혹독한 잔소리가 지금의 나에게 올바른 생활습관과 가치관을 정립시켜준 근원이 된 것 같다.
학교가 방학 중이므로 가정은 개학 중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밀도 있는 가정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많은 시간을 자녀들과 함께 지내면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담은 '따뜻한 잔소리'로 인성교육을 효과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즈음의 우리 아이들은 순종적이기 보다는 자기 생각과 표현이 분명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막무가내의 혹독한 잔소리는 오히려 반항심과 분노감을 생기게 하므로 잔소리를 하는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일관성 없는 모욕적인 잔소리는 부모와의 사이가 멀어지게 하고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마음의 상처는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흉터를 만들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삶에 방해가 된다.
일단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렇게 행동 할 수 있었겠다는 마음을 공감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잘못된 것임을 이야기해야 아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 행동 수정을 하고자 하는 마음자세가 된다. 꾸중할 때는 확실하게 잘못한 점을 짚어 분명히 알려준 후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꾸중한 후에는 자신이 꾸중들은 이유를 직접 인정하게 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받고,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잔소리를 한다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효과 있는 인성교육이 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사고력이 뛰어나 상황을 설명하여 이해를 시키면 잘 알아듣는다. 자녀는 어리지만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자신의 인격이 무시된다고 느끼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되고 지속적으로 억압된다면 마음의 병이 될 수도 있다.
대학원에서 상담교육을 전공하면서 매우 마음이 아팠다. 이미 커버린 내 아이를 그 동안 잘못된 교육방식으로 키웠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말을 걸어올 때 귀 기울이지 않았고, 남과 비교하며 도덕적인 설교와 명령을 일삼고 아이의 자존심은 무시하고 칭찬에는 인색하며 반항조차 하지 못하게 눌러버리고 지나친 기대와 압력으로 완벽하기를 요구했던 것이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지금도 내면에 있는 솔직한 자기 생각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다. 내심 어찌나 서운한지, 모두 어렸을 때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일방적인 잔소리로 상처를 입힌 결과가 아닌가 싶다. 후회해 보지만 시간은 지났고, 이미 엎지른 물이니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 무던한 관심과 칭찬과 격려로 뒤에서 지지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여러 학생들을 접하면서 매우 안타까운 것은 눈에 띄게 자신의 상처를 표출하는 아이들이 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친구에게 난폭하게 굴거나 우울감에 빠져 입을 다물어버리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아이 탓이 아니라 자녀의 행동을 잘 다루지 못하는 부모의 부적절한 자녀교육 방법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잔소리 속에 크는 아이들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듯이 아이들의 성장도 멈추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녀에게 성실하고 긍정적인 삶의 방식을 부모가 직접 보여주며 부모의 적절한 자녀교육방법으로 일관적인 '따뜻한 잔소리'를 한다면 건강한 인격체로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 방학을 이용해 사랑스런 자녀에게 '따뜻한 잔소리'로 자녀교육의 효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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