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호 한남대 교수 |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현장에 직접 적용해 볼 기회가 없다. 학생 시절에 배운 지식을 졸업 후 현장에 적용하려고 할 때, 잘 적용하지 못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적용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 암기식 교육의 한계다.
우리의 전통적 교육, 이론 위주의 교육, 학문 위주의 교육으로는 학생들이 교과에 깊이 몰입하게 하지 못한다. 교과에 대한 집중도가 낮다는 것이다. OECD 회원국 및 파트너 국가 65개 국가 중 우리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다.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자아성취도가 낮다. 교사가 학교생활 가운데 느끼는 자존감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꼴찌다.
전통적 교육방법이 때로는 매우 성공적인 것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수학, 과학 등 각종 국제적인 학력 경시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기적인 성취도다. 문제는 높은 단기적 성취도가 장기적인 성취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아직 물리, 화학 등 과학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선진국에 크게 앞선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면 상황이 바뀐다. 우리나라 학생이 외국 대학의 수학과에 입학한 경우, 1학년 때에는 외국 학생을 앞선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차이가 줄어 3, 4학년이 되면 오히려 역전된다. 대학원에 가서는 우리나라 출신 학생이 외국 학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필자가 외국 대학에서 7년 동안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의 초·중등학교 교육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는 2009년부터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암기식 교육에서 체험 위주의 교육으로, 주입식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방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있다. 교사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교육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학생에게 맞는 교육, 정체성이 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학교 정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총 17개의 광역지자체 중 13개의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다.
대전에서도 이제 혁신학교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지역사회기반 학습기법'을 기본으로 혁신학교 정책을 시작한다. 이 학습기법은 지역사회의 문제와 자원을 학교로 끌어들이고, 학생과 교사가 현장으로 나가 학습하는 방식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지역사회의 친숙한 환경에서 공부할 내용과 주제를 찾고, 지역사회의 관공서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이를 돕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지역의 인사, 지역주민, 학부형이 참여해 지역 정체성이 있고 현장적용 가능성이 있는 지식을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시 교육청은 올해 9월부터 공모를 통해 혁신학교 정책을 도입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정할 것이다. 대전은 비록 타 지역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다. 타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주적 학습공동체, 학교문화의 개선, 교사에 대한 권한부여 등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전이 추구하고 있는 '지역사회기반 학습방법'은 그러한 혁신학교 정책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혁신적 학습모델이다. 대전형 혁신학교 정책은 타 지역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정책과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 그것은 타 지역의 혁신학교 정책을 함께 추진해 나아갈 때 더 큰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