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냐 예술가냐' 대전예술가의집 간판논쟁

'시민이냐 예술가냐' 대전예술가의집 간판논쟁

패널조사-홈피설문 결과 달라…개관 전부터 2년째 대립 장기화

  • 승인 2015-08-09 19:41
  • 신문게재 2015-08-10 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월요포커스] 대전예술가의집 명칭변경 논란

“명칭 변경인가, 유지인가.”

대전예술가의집 명칭 변경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민이 들어간 명칭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기존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부터 아예 새로운 명칭으로 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간판논쟁 중인 대전예술가의집.
▲ 간판논쟁 중인 대전예술가의집.
지난 한 달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명칭 유지' 의견이 다소 우세하게 나왔지만, 일각에선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 논란이 거듭될 전망이다.

대전예술가의집은 지상 5층, 지하 1층의 규모로 지난 3월 27일 정식 개관했다. 14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과 8개 전시실, 창조·소통의방, 연습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또 대전문화재단을 비롯한 대전예술인총연합회 등 지역 문화단체가 입주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대전예술가의집 명칭 선정은 사업추진 과정에서부터 주된 논란거리였다. 대전예술가의집 명칭은 지난해 5월 30일 확정됐다.

시는 지난해 2월 2주간 대전문화예술센터(가칭)의 명칭 공모 설문조사를 시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135명 중 대전문화예술센터에 투표한 인원이 52%로 가장 많았고, 대전예술가의집은 22%였다.

하지만 시는 대전예술가의집을 최종 명칭으로 확정했는데, 이곳에 입주하는 문화예술단체들이 대전예술가의집을 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명칭이 '시민 모두가 예술인'이라는 의미를 담아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같은 결정에 대전시의회와 일부 문화예술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시민이 사용하는 공간인데다가 옛 시민회관자리에 들어서는 만큼, 시민이 포함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설문조사 참여인원이 적어 대표성을 띠기 어렵고, 입주단체 의견만을 수용한 것도 문제삼았다.

명칭 변경 논란은 대전예술가의집 정식 개관 후 더욱 확산됐다.

시민들 사이에서 대전예술가의집이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자유롭게 출입해 공연과 전시 등을 관람할 수 있음에도 '예술가'라는 단어가 예술인들만을 지칭해 시민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명칭 변경을 찬성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대전예술가의집 현장 방문과 지난달 8일 열린 시 문화체육관광국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시는 지난 한 달간 대전예술가의집 명칭변경 설문조사와 전문패널조사를 시와 대전문화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시했다.

그 결과 참여인원 1802명 가운데 '변경 불필요'가 940명으로, '변경 찬성(862명)'보다 다소 우세했다. 다만 참여인원이 1006명인 전문패널조사에선 '변경 찬성(567명)'이 '변경 반대(439명)'보다 많았다.

일각에선 일부 문화예술단체가 모여 대전예술가의집 명칭 유지에 설문하기로 결정했다는 의혹도 있어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대로 염홍철 전 대전시장과 박상언 전 대전문화재단 대표가 명칭 변경 반대의 뜻을 밝혀 찬성과 반대 측의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마련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의 의견이 워낙 팽팽해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명칭을 처음부터 확정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명칭 변경을 놓고 2년째 다투고 있는데 이번 논란을 끝으로,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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