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선화동의 허름한 쪽방골목에 무더위에 바깥 출입하는 주민이 없다. |
공용화장실에 연결되는 복도를 두고 양쪽에 쪽방 3개가 마주했고, 창문이기도 한 방문은 복도를 향해 모두 열려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쪽방 주민 최상운(72)씨는 민소매의 가벼운 차림으로 선풍기 앞에 앉아서도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발을 겨우 뻗을만한 너비의 쪽방에 밥상 겸 전기밥솥 받침의 작은 책상을 두고 냉장고와 선풍기까지 자리잡고 남은 공간에 최씨가 겨우 누울만한 자리가 있었다.
손바닥만한 창문 하나가 유일한 환풍구인 이곳에서 최씨는 더위에 갇힌 듯 바깥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달 뇌졸중을 겪은 후 다리에 감각이 무뎌져 걸을 때 불편했고 폭염이 내리쬐는 이때에는 감히 밖에 나갈 수 없다.
최씨는 “쪽방 사람들이 땡볕의 한낮 더위를 목척교나 삼성교 다리 아래서 바람을 쐬며 피한다지만, 나는 몸도 성치않아 나갈 수 없어 방에만 머문다”며 “그나마 쪽방상담소나 주민센터에서 쌀과 반찬을 지원해줘 지내는데 더위좀 쉽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역 쪽방의 골목은 오후 내내 한산한 모습에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처럼 보였으나, 대부분 집에 내리쬐는 한낮 더위를 쪽방에서 견디기 어려워 무료급식소나 동주민센터, 하천 등으로 더위 피난을 떠난 상태였다.
자리를 옮겨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쪽방 골목에서도 더위는 홀로 견디기 어려운 고난이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골목에 무더위는 비껴가지 않았고, 밤에는 치안 걱정에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를 맞고 있었다.
특히, 홀로 사는 할머니는 창문 없는 집에 문도 마음껏 열 수 없어 폭염을 보내는 어려움은 이만저만 아니다.
바깥출입도 못하고 환기 안되는 좁은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보내는 동안 두통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
이곳에서 만난 조미자(68·가명)씨는 “낮에는 방문을 열어놔 환기되는데 밤에는 문을 잠가야 해 꼼짝없이 선풍기 바람만 쐬게 된다”며 “낮보다 밤에 더위가 견디기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