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과 주민자치센터 등 지정된 일부 무더위 쉼터에서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노후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전기료 부담에 쉼터 일부 공간에서만 냉방기를 작동하는 실정이다.
쉼터 위치를 안내하는 지자체 현황도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지난 달 31일 오후 대전 중구 태평동의 느티나무경로당. 에어컨이 작동되는 방과 그렇지 않은 방의 풍경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경로당 오른쪽에 있는 할머니 방에는 12명의 할머니와 어린 손녀들이 27도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고, 맞은 편 방은 선풍기 두 대를 켜두고 할아버지 2명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경로당 회장인 한천호(83)씨는 “남자들이 머무는 방에 에어컨은 조금 오래 켜 놓으면 바람이 안 나와 잠깐 꺼놓았다”며 “10년 전 경로당 회원이 기증한 에어컨인데 성능이 시원찮다”고 설명했다. 2주 전쯤 수리비 4만7000원을 들여 손을 봤지만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교체도 고려해 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같은 날 찾은 동구 천동의 또 다른 경로당인 오륜정 경로당. 이곳에도 냉방기기는 있었지만, 필요한 만큼 사용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은 마찬가지였다. 경로당 2층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나면서 더위를 피해 노인들은 1층만 사용하고 있었다.
화장실과 주방을 제외한 1층 좁은 거실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10명이 앉아 바깥 무더위를 겨우 피하는 실정이었다. 서병선(84)씨는 “한여름 전기세는 적게는 월 7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을 웃돈다.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월 운영비가 30만원 가량이고 여기서 전기세를 충당하려면 아끼고 아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에 무더위 쉼터가 어디에 있는지 주민에게 안내하는 지자체의 설명은 중복되고 시설이름이 누락돼 있어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대전시 재난관리과에서 관리하는 751개의 무더위 쉼터 목록 중엔 같은 무더위 쉼터 주소를 중복해 안내하거나 시설 이름을 기재하지 않아 직접 찾아가기 어려운 쉼터가 수두룩했다.
임효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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