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정원 해킹논란, 사이버 안보강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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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정원 해킹논란, 사이버 안보강화 계기로

  • 승인 2015-08-02 13:18
  • 신문게재 2015-08-03 18면
  • 김학성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김학성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학성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학성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 국정원의 해킹문제가 언론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국정원이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했고, 국내인사를 대상으로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장은 해킹프로그램 구입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나 대공·대테러용으로 활용했으며, 내국인 사찰을 위해 사용한 적이 절대로 없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직접 운용했던 직원의 자살과 기록삭제 사건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여기에는 온갖 상상력이 동원되고 있는 듯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늘 그러했듯이 정보기관이 개입된 사건에는 음모론이 뒤따르곤 한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체제유지에 일익을 담당했던 우리 정보기관의 어두운 역사를 감안하면, 이번과 같은 일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결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비단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만이 아니다.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던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안기부의 불법도청으로 인해 당시 두 명의 안기부장이 검찰에 기소된 적이 있으며, 이명박 정부시절의 국정원장은 2012년 대선 개입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권의 잘못을 정보기관의 특성 탓으로만 돌리며 묵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잘못은 기관 자체의 문제이기에 앞서 이를 활용했던 정치권의 잘못된 선택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한국의 민주화이후 정보기관의 개혁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불법적 활동이 이슈화 될 때마다 기관의 법·제도적 개혁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내부 문화도 점차적으로 변해왔다. 개혁과 변화의 방향은 국가의 안보를 담당하는 한 축으로서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적·사회적으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상당부분 정치권의 올바른 선택에 달려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감청 및 사찰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 법규도 국정원의 활동에 대한 법적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일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사실 정보활동은 외부에 쉽게 알려질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법규범으로 오롯이 통제되기는 어렵다. 확실하고 적절한 통제는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올바른 결정과 지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직시하면, 문제가 드러난 후에야 사후약방문식으로 요란을 떨기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정원의 올바른 운영을 위한 정치권의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민주사회에서 정권은 언제나 교체될 수 있고, 어떠한 정부도 정보기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정원의 불법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번 사건은 뜻하지 않게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우리사회에 재차 일깨우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 폭로전문팀의 해킹문건을 통해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이버 안보의 의미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남북한 사이에는 물론이고 국제정보활동에서 사이버 공간이 전쟁 상황에 처해 있는 현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비단 국가차원이 아니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목표의 사이버 범죄가 일상화 되어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해킹·파밍·피싱 등 사이버상의 불법행위가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만 하루에 약 100만건씩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이버 전쟁과 보안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통해 강력한 사이버 안보 능력을 갖추고 적법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오늘의 불행한 사건이 미래 우리나라의 안보증강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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