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이날 회의는 시정전략회의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집무실에서 열 예정이었다. 참석 범위는 실·국장단 정도였다. 하지만, 권 시장이 이틀전인 지난 20일 항소가 기각되면서 당선무효형이 유지되자 하루만에 변경됐다.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대전도시공사와 마케팅공사 사장에서부터 시 정책자문단 분과위원장, 대전사랑시민협의회, 명예시장단까지 참석자도 확대됐다. 물론, 언론에도 모두 공개했다.
이날 회의는 한 마디로 권 시장이 의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서 일각에서 '식물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후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약사업은 사실상 중단되고 현안사업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전적으로 맞다고 할 수 없지만, 충분히 그렇게 볼 시각도 있다.
그래서 의지 표명이 필요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권 시장은 항소심 선고 후 기자들이나 실·국장과의 만남에서, “재판 때문에, 재판을 핑계로 사업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시정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논란도 한몫했다.
공약사업인 대전의료원은 사업비 확보가 만만치않은 상황에서 의료계까지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동력이 결집되지 않고,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사업은 안팎에서 갈등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국방신뢰성센터 유치는 결코 충남도와 양보할 수 없는 사업이다. 옛 충남도청 부지 활용방안과 충청권 광역철도망 1단계 예비타당성 조사,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 등은 정부와의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당선무효형을 받았다고 (시장이) 움츠리면 시민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현안사업에 더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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