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우리 대학병원은 메르스 감염 확산 초기에 메르스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는 바람에 발병 병원이 되고 말았다. 폐렴 증세로 치료받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지자 우리 대학병원을 찾아온 것으로 의료진들은 메르스임을 즉각 인지하고 환자의 검체를 질병관리본부로 보냈으며, 환자 및 접촉자들을 신속하게 격리치료병동으로 격리해 더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병원은 메르스 조기 확산을 막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메르스 안전지역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메르스 응급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했던 수간호사가 감염되는 바람에 우리 대학병원은 또다시 수난을 겪게 되었다. 방호복을 갖춰 입고 심폐소생술을 하다보니 탈진에 빠진 수간호사가 무의식중에 땀을 닦다가 감염된 것으로, 그는 자신의 몸이 이상 증세를 보이자 즉각 검사에 임했지만 그동안 함께 일했던 의료진도 격리될 수밖에 없었고 병원 일부 시설도 곧바로 폐쇄 조치했다.
그렇지만 새옹지마라고, 병원 운영에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온 국민들이 메르스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사명감에 대해 존경을 표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병원 로비에 설치한 보드판 위에는 헌신적으로 의술을 펴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기리는 메시지가 가득 했으며,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하신 학부모도 계셨고 어린 학생이 저금통을 들고 찾아오기도 했으며 각 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시키고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들은 격리 시 유의 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국가는 국가대로 감염 의심자를 빠른 시간 내에 격리시켜야 하며, 병원은 병원대로 원칙을 지켜 진료하고 치료해야 할 것이며, 개개인은 자신의 면역력을 높이도록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감염자가 양산되었던 것도 이러한 부분을 소홀히 했던 탓이 크다.
건양대병원이 가장 성공적으로 메르스 확산을 예방한 모범 병원으로 꼽히고 있는 것도 전염병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지켜 대처했기 때문이다. 조금만치의 요행이나 방심을 허락하지 않고 환자와 접촉한 병동이나 병실은 즉시 차단하고 의료진들도 격리 조치하여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며, 메르스 대응팀을 꾸려 대국민 성명을 통해 환자 발생경과와 조치 등을 공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또한 교내 전 구성원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메르스 관련 공지를 띄운 결과 대학병원과 왕래가 잦은 대학의 교직원이나 학생들은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대학병원은 이제 전쟁터와 같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맞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메르스 피해 병원들의 손실액이 총 55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너무나 큰 희생을 치룬 셈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얻은 교훈으로 우리나라 의료방역시스템이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며 각 의료기관도 질병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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