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메르스 종식을 앞두고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메르스 종식을 앞두고

  • 승인 2015-07-22 14:02
  • 신문게재 2015-07-23 18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한동안 우리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가 잠잠해지면서 병원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도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몇 주째 확진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자가 격리나 병원 격리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가 총장으로 재직 중인 건양대병원에서도 환자가 발생해 6월 내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이만저만한 고초를 겪은 게 아니었다. 아직도 경계 태세를 풀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한달 간을 되돌아보면 생지옥을 겪은 듯한 심정이다.

우리 대학병원은 메르스 감염 확산 초기에 메르스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는 바람에 발병 병원이 되고 말았다. 폐렴 증세로 치료받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지자 우리 대학병원을 찾아온 것으로 의료진들은 메르스임을 즉각 인지하고 환자의 검체를 질병관리본부로 보냈으며, 환자 및 접촉자들을 신속하게 격리치료병동으로 격리해 더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병원은 메르스 조기 확산을 막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메르스 안전지역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메르스 응급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했던 수간호사가 감염되는 바람에 우리 대학병원은 또다시 수난을 겪게 되었다. 방호복을 갖춰 입고 심폐소생술을 하다보니 탈진에 빠진 수간호사가 무의식중에 땀을 닦다가 감염된 것으로, 그는 자신의 몸이 이상 증세를 보이자 즉각 검사에 임했지만 그동안 함께 일했던 의료진도 격리될 수밖에 없었고 병원 일부 시설도 곧바로 폐쇄 조치했다.

그렇지만 새옹지마라고, 병원 운영에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온 국민들이 메르스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사명감에 대해 존경을 표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병원 로비에 설치한 보드판 위에는 헌신적으로 의술을 펴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기리는 메시지가 가득 했으며,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하신 학부모도 계셨고 어린 학생이 저금통을 들고 찾아오기도 했으며 각 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시키고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들은 격리 시 유의 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국가는 국가대로 감염 의심자를 빠른 시간 내에 격리시켜야 하며, 병원은 병원대로 원칙을 지켜 진료하고 치료해야 할 것이며, 개개인은 자신의 면역력을 높이도록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감염자가 양산되었던 것도 이러한 부분을 소홀히 했던 탓이 크다.

건양대병원이 가장 성공적으로 메르스 확산을 예방한 모범 병원으로 꼽히고 있는 것도 전염병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지켜 대처했기 때문이다. 조금만치의 요행이나 방심을 허락하지 않고 환자와 접촉한 병동이나 병실은 즉시 차단하고 의료진들도 격리 조치하여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며, 메르스 대응팀을 꾸려 대국민 성명을 통해 환자 발생경과와 조치 등을 공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또한 교내 전 구성원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메르스 관련 공지를 띄운 결과 대학병원과 왕래가 잦은 대학의 교직원이나 학생들은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대학병원은 이제 전쟁터와 같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맞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메르스 피해 병원들의 손실액이 총 55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너무나 큰 희생을 치룬 셈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얻은 교훈으로 우리나라 의료방역시스템이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며 각 의료기관도 질병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