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규 대전충남 녹색연합대표 |
자연은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아낌없이 준다. 그런데 사람들은 개발이라는 명목을 붙여 끊임없이 자연을 마구 파헤쳤다. 30년 전 논밭, 포도밭이 대부분이었던 서구, 유성구의 공간은 이제 고층의 공공건물과 아파트, 상가 등으로 가득하다. 인구가 증가하니 어쩔 수 없는 개발이었다고 합리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밭이라던 대전의 정체성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이젠 여느 대도시나 다름없이 오염된 공기, 자동차 소음과 싸워야 하는 도시로 변해버린 것이다. 특히, 모든 관공서가 일시에 서구 둔산지역으로 이전하다 보니 도심은 완전히 텅비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계속해서 진행된 둔산지역, 노은지역, 도안지역 개발과 세종지역의 개발은 대전의 도심을 황폐화시켰다. 도심의 인구는 물론 자원, 상권이 빠져나가고, 대전의 역사와 문화 등은 가라앉아 버렸다.
대전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때는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 정책이 그런대로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대전의 인구는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대규모 주택단지의 개발은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전에서는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에서는 10일부터 토지 보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으니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나 다름없다. 벌써부터 지역건설업체의 참여 방법과 내용 등에 관한 내용이 공공연하게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명분을 찾으려고 해도 찾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사업이다. 인공호수공원을 만든다고 하지만 이미 갑천이라는 자연 생태의 강이 엄연히 흐르고 있는데 구태여 인공적으로 호수를 만들어야 하는지, 대전시민이 원하여 인공호수를 만들고 개발한다고 하지만 누가 언제 이 사업을 원했다는 것인지, 이제는 당연히 구도심을 살려서 동서격차를 줄이는 도시 재생사업을 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당위성은 무엇인가? 이미 100%를 넘긴 대전의 주택보급률에 비춰 볼 때 적자사업이 될 것이 분명한데도 아까운 시민의 재산 53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5000세대 규모의 개발사업을 해야 한다는 타당성은 무엇에 근거하는 것인가?
대전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도시, 환경이 보존되는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800종 이상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갑천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가? 더욱이 권선택 시장이 후보시절, 대규모 신규택지 개발사업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특히 권시장이 내걸고 있는 경청과 소통, 시민참여를 거치지 않고 이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무엇이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우리는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땅을 파고 뒤집으며 산을 헐고 숲을 없애고, 흐르는 강물을 끊어버리는 등 끊임없이 자연과 인간간의 공존을 깨트리고 생명을 경시해 왔다. 사람이 숨 쉬고 놀아야 할 공간은 없어지고 대신에 건물과 도로, 그리고 자동차로 가득한 세상이 된 것이다. 내가 근무하던 대학도 20년간 발전을 거듭하다보니 운동장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을 겪고 보면 개발이 딱 이 정도에서 그만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시가 가야할 방향을 뚜렷하다. 이미 권시장이 선거 공약에서도 강조했듯이 대규모주택단지 개발을 지양하고, 도시 재생사업에 전념함으로써 사람들이 떠나는 도심에서 사람들이 돌아오는 도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동서격차를 최소화하고 대전의 정체성을 되찾는 길이다. 또한 환경을 최대한 보존해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친환경 녹색대전으로 굳건하게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대전은 유목민처럼 고향이 없어진 현대인의 삶이 아니라 정착해 살기 좋은 곳, 대전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은 대대로 이어지는 우리의 고향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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