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햇빛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시장 내 아케이드를 설치했지만, 시장 안을 가득 채운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상황이 이렇자 상인들은 무더위 속 답답한 마음에 상점 앞에 물을 뿌리고 연신 부채질만 했다.
장사가 안 되니 선풍기를 돌리는 전기값도 아끼겠다는 마음에서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계속되는 불경기 속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장사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생선 가게 주인 김모(44)씨는 “지난달 메르스로 매출이 반토막 났는데, 이제 더운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생선은 빨리 못 팔면 버려야 하는데 속이 타 죽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다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평소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점포들이 부지기수로 상인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오히려 무더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역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매장 내 일정 수준의 냉방온도 26도를 유지하며,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본격적으로 장을 보는 시간이 아닌 이날 오후 2시 서구 한 대형마트 안은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장 안에는 카트를 밀거나 바구니를 들고 채소 등 신선식품 코너를 둘러보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불볕더위로 인해 '마트로 피서 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마트 주차장 역시 쇼핑을 하러 온 고객들의 차로 가득 찼다.
더욱이 대형마트들은 과일, 채소, 생선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위주로 반값에 가까운 깜짝 세일을 진행하는 등 마트를 찾은 고객들의 소비심리를 유혹하고 있다. 주부 임순희(35·가명)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땡볕의 전통시장을 찾아 장보기는 어렵다”며 “이렇게 더운 날에는 주차시설도 편하고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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