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이문제]철조망에 갇혀 10년, 방치된 내동리 고인돌

[이현장,이문제]철조망에 갇혀 10년, 방치된 내동리 고인돌

대전시 기념물 3호 지정 등 유물가치 높지만 관리 손놔 토지소유 업체, 출입구 봉쇄, 사싱상 시민 접근 가로막혀

  • 승인 2015-07-15 17:58
  • 신문게재 2015-07-16 7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굳게 닫힌 정문과 바리게이드. 단단히 이어진 철조망, 그리고 '접근엄금' 표지판까지…. 군부대 정문 풍경이 아니다. 대전시 기념물 제3호 '내동리 고인돌(지석묘)' 입구 모습이다.

대전의 청동기시대 역사를 담고 있는 '내동리 고인돌'의 존재가 잊혀져가고 있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고인돌이자 청동기시대 연구 자료로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봉쇄된 것은 물론 시민들의 출입조차 어려워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15일 대전시와 지역 문화재보존단체 등에 따르면 옛 대덕군 진잠면 내동리 산 9-1에 있던 내동리 고인돌은 이 일대에 충남방적공장이 들어서면서, 1977년 8월 지금의 자리(유성구 유성대로 110-29)로 옮겨졌다.

발굴조사 결과 고인돌은 모두 4기가 발견됐다. 3기는 바둑판식(남방식)이었고, 1기는 탁자식(북방식)이었다. 민무늬토기와 삼각형 돌화살촉 2점도 출토돼 후기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내동리 고인돌은 1989년 3월 18일 시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됐다.

내동리 고인돌은 충남방적공장 안에 있었지만, 고인돌과 가까운 곳의 출입구가 개방돼 시민들이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도난 충남방적을 주택건설업체인 부영이 2005년 매입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출입구가 통제됐고, 일반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보존을 위한 관리도 문제였다. 시 문화재돌봄사업단이 관리했었지만, 지금은 부영에서 자체 관리중이다. 부영의 아파트 건립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 상태로 내동리 고인돌은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가 직접 내동리 고인돌을 찾아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영 측의 '출입금지안내' 표지판이었다. '이곳 토지와 건물은 당사 소유로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도 부담하게 된다'는 경고도 있었다.

출입구에는 '접근엄금'이 붙여있었고, 자물쇠가 이중으로 잠겨있었다. 담 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 듯 나뭇가지를 출입문보다 높게 올렸다. 이곳에서 불과 4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동리 고인돌이 있지만, 출입이 불가능했다.

입구에서 내동리 고인돌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엔 내동리 고인돌의 안내판과 누여 있는 한 덮개돌이 어렴풋이 보일뿐이었다. 이마저도 제초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란 수풀과 나무 등에 가린 상태였다. 철조망 안쪽에 설치된 '내동리 고인돌' 관광표지판이 무색해 보였다.

지역 문화계에선 내동리 고인돌이 대전의 고인돌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시 기념물인 만큼, 시민들의 접근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재돌봄사업단장을 역임했던 임헌기 오정문화유산교육연구소장은 “내동리 고인돌은 지역 선사시대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가치가 높은데 그동안 방치돼왔다”며 “문화재는 접근의 편리성이 가장 중요하다. 시가 적극적으로 부영과 협상에 나서, 개방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내동리 고인돌의 접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부영과의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내동리 고인돌과 가까운 출입문은 부지 내 사고위험이 있어 경찰의 요청으로 폐쇄됐지만, 부영 측에서 반대편 입구에서 방문목적과 이름 등을 적으면 출입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며 “먼저 내동리 고인돌 출입문에 이같은 내용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부영과 협의를 통해 시민들이 쉽게 고인돌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 문화재로 등록된 고인돌은 내동리 고인돌을 포함해 3개다. 비지정 고인돌은 15개로 파악되고 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빛 축제·정원 박람회' 9월 23일 분수령 맞는다
  2. 축구부 학부모에게 3천만원 편취한 대학 전 감독 실형
  3. 대전크리스찬리더스클럽 정례회의 중도일보에서 열려
  4. 대전 중구 산성동 치과서 불…8명 대피
  5. 천수당한의원 정금용 원장, 모교에 장학금 전달
  1. 대전농협-대전시, 쌀 소비촉진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
  2. 대전천 물고기 집단폐사 3000마리까지 늘어…"수질관리 부재 드러나"
  3. 대한노인회대전시연합회 노인일자리 참여자 제4차 합동 교육
  4. 김봉구 대전외국인복지관 관장 목사, 《다문화 국가로 가는 길》 발간
  5.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동부소방서와 합동소방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최고 252㎜ 쏟아져 곳곳 홍수주의보…앞으로 30~80㎜ 더

최고 252㎜ 쏟아져 곳곳 홍수주의보…앞으로 30~80㎜ 더

대전과 세종, 충남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늘(21일) 저녁까지 대전과 충남에 30~80㎜ 비가 더 쏟아지고 많은 곳은 120㎜ 이상되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매우 강한 비를 동반한 비구름대가 시속 50㎞ 내외로 서해상에서 북동~동북동진해 충남권 남부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다. 오전 6시 현재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mm 내외의 매우 강한 비를 내리고 있다. 20일 자정(0시)부터 21일 오전 5시 30분까지 누적강수량은 ▲서산 252㎜ ▲태안 242㎜ ▲당진 208㎜ ▲대전 정림 198㎜ ▲천안 1..

현실감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10평 이하 절반이 `공실`
현실감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10평 이하 절반이 '공실'

공공임대주택이 실거주자들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공실 중 절반은 전용 31㎡(약 9.4평) 이하의 소형평수인 것으로 조사돼 현실적인 주택 수요에 맞게 면적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충남의 공가 비율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고, 대전과 세종, 충북의 공가율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LH 임대주택 공가 주택수 및 공가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L..

국내 유일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팡파르
국내 유일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팡파르

과학기술과 영상산업이 결합한 국내 유일의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인 '대전 특수영상영화제(Daejeon Special FX Festival)'가 9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카이스트 및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영화제는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와 드라마 중 우수한 특수영상 작품을 선정하고 제작에 기여한 아티스트들과 배우를 시상하는 행사로 2019년부터 개최된 대전 비주얼아트테크 어워즈를 지난해 대전특수영상영화제로 확대 개편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 날리는 가을비 폭염 날리는 가을비

  •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 독감 무료 접종 내일부터 시작…‘백신 점검 완료’ 독감 무료 접종 내일부터 시작…‘백신 점검 완료’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