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돌봄을 위한 문화 언어적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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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돌봄을 위한 문화 언어적 모델

  • 승인 2015-07-14 14:40
  • 신문게재 2015-07-15 19면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공동체와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인에게 있어 기억은 기본적인 구성요소다. 만약 누군가가 기억상실증이 걸렸다면, 그 사람의 과거는 모두 없어진 것이며 현재의 존재에 대한 기초가 붕괴되어 버린다. 내가 누구인지, 나와 관계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기억하고 기억되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기본 구성요소다.

기억은 경험과 해석으로 이뤄진다. 삶에서 경험되는 사건들에 대한 해석의 틀은 그 사건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하도록 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서로 다른 해석의 틀을 가지고 있다면, 기억은 서로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에 대해 긍정적 해석의 틀을 갖는 것과, 비 긍정적 해석의 틀을 갖는 것은 매우 상이한 기억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의 이야기와 개인의 이야기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지도하고, 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공동체적 해석의 틀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해석적 안내자로서의 상담자의 역할은 개인의 이야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가족공동체의 상황적 패러다임에서의 건강한 돌봄은, 우리를 위한,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대상을 경청하고 기억함을 통해 이뤄지는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돌봄의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돌봄을 행하는 자의 돌봄과 흡사하게 서로 듣고 기억함으로써 돌봄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듯 돌봄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이해와 기억은 언어로 표현되어지는 개인의 삶의 이야기와 가족공동체의 이야기를 통해 제공된다. 실천하고자 하는 힘의 과제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가족공동체의 근본적인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존 패턴은 타인 돌봄의 실제에서는 물론 실천함에 있어서도 발생하는 의문과 문제들 사이의 연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틀로서 문화 언어적 모델을 주장했다. 문화 언어적 모델은 인간의 상황들과 문제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해석과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거킨은 이를 담화적인 해석적 모델(Narrative Hemeneutical Model)이라고 명명했다. 담화적인 해석적 모델의 구조는 이야기에 따라 삶을 구조화하려는 인간의 경향성과, 삶을 형성하고 돌봄을 표현하는 해석의 힘을 모두 강조한다. 타인 돌봄은 가족공동체의 전통 이야기와 개인의 삶의 이야기들의 독특성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는 일이다. 그 위치에서 담화적인 해석적 모델은 인생의 이야기들을 가족공동체 이야기와 연관시키거나, 반대로 가족공동체 이야기를 개인인생의 이야기와 연관시키는 과정을 촉진시킨다. 또한 그 위치에서 상담자는 공동체 이야기에 충실히 임하는 것과 공동체 이야기를 대표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독특한 인생 이야기에 공감하며 관심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편에 서서 그들로 하여금 가족 이야기와 공동체, 그리고 공동체의 모두를 포함한 자신들의 상황에 관한 생각과 감정을 명료화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들에 대한 대화와 그 이야기들에 대한 가족 공동체적 해석은 내담자의 성장을 돕는다.

일반적인 심리 치료적 모델로서의 상담기술은 경험적 표현주의 방법을 따른다. 경험적 표현주의는 특정한 명제의 객관적인 사실을 밝히는 것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내적인 느낌과 태도에 기초하는 것으로 그 모델이 가족 구성원 돌봄과의 관계성에 대해 접근, 해석을 요구할 때, 담화적인 해석적 모델과 문화 언어적 모델은 개인과 가족들을 돌보고 이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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