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무 대전지방법원 조정위원·칭찬아카데미원장 |
어느 금융 기관에 금융 거래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순번 대기표를 뽑고 한 참을 기다린 다음에야 내 차례가 왔다. 담당자의 이름이 너무 예뻤다. '손예진'. 그래서 말을 걸었다. “손예진씨! 이름이 너무 예쁩니다. 이름을 아름답게 지어 주신 아버님께 감사드리세요”, “이름이 예쁜가요?”, “얼마나 예뻐요.” 내가 볼 때 “얼굴도 미인이시지만 난 이름이 더 예쁩니다.” 예진씨는 미소를 지으며 금융 거래를 빠르게 처리해 주고, 돈도 내가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신권으로 골라서 나에게 통장과 함께 건네주었다. 나도 기분이 좋아서 웃음을 보냈다. 내가 금융 창구를 나오려 할 때는 일어서서 웃으며, “안녕히 가시고요, 또 오세요”라고 까지 인사를 했다.
칭찬을 하면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돈 들이지 않고 베푸는 것이고(부처님은 언사시(言辭施)라고 말씀 하셨음),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왕즈강은 그의 책 성공한 사람들의 100가지 지혜에서 “좋은 말은 마음을 녹이고, 나쁜 말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한다. 돌을 금으로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칭찬이다”라고 했다. 나는 “칭찬이란 상대방의 장점, 강점, 아름다운점, 선행, 기대와 가능성을 관찰하여 타이밍에 맞게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채근담(菜根譚)에는 “열 마디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아도 칭찬하지 않으면서, 열 마디 말 가운데서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원망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 온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나부터, 우리가, 칭찬에 인색한 것인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Francesco Alberoni)는 성공한 사람들은 말의 절반이 칭찬이다라는 책을 썼다.
대전지방법원 민사 1 단독 판사님은 가끔 조정위원들에게 맛있는 밥과 소주를 사 주신다. 그 때 만나면 항상 “조정위원님들 감사합니다. 고생이 많으시죠. 위원님들은 열심이시고, 훌륭하게 조정에 임해 주셔서 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하면서 칭찬을 한다. 칭찬을 들은 우리들도 기분이 좋아지고, 소주 맛도 단맛이 난다. 조정위원들에게 힘이 생기게 한다.
지난달 매우 더운 날 90이 넘으신 어르신(피고)과 60대 초반의 식당 주인(원고)이 법원 민사조정실에 들어왔다. 쟁점(소송)이 된 금액은 약 70여 만원 정도였다. 원고와 피고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원고는 울기부터 하였다. 나는 실컷 울도록 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오래 전에 물건을 사 주고 이제 와서 돈으로 갚으라는 것이 너무 밉다는 것이었다. 피고는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의 최고 지도자에게 피고의 치부를 원고가 일러 바쳐서 체면이 말이 아니고 돌아다닐 수도 없다는 것이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상(傷)한 감정이 문제 였다. 조정의 가능성이 보였다. 상처난 심성을 치유하는 길이었다. 이것은 병을 치료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오랜 이야기 끝에 조정에 이르렀다.
한달 넘게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도 수많은 의료진의 보이지 않는 사투와 노력이 숨어있다. 이젠 메르스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조심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국민 건강수호의 최전선에서 감염을 두려워 하지 않은 숭고한 의료진들의 고통과 노고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주자. 칭찬은 기적을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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