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
오늘은 우리 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10년을 맞아 지나온 시간에 대한 자성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운수종사자가 참여하는 '지상파일럿 선포식'을 개최한다.
시내버스 하면 누구나 에피소드 하나쯤 가지고 있을 만하다. 청운의 꿈을 안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우리는 콩나물 버스를 타고 가야 했으며, 졸업하던 날도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버스를 타고 온 기억, 버스안내양이 '오라이'를 외치던 기억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7080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버스산업이 줄곧 호황을 누려오다가 90년대부터 자동차가 꾸준히 늘면서 버스업계의 재정난도 커졌다. 임금체불, 반복되는 파업, 버스에 대한 시민 불만 표출, 경영난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업체 사장 등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준공영제는 출발했고, 많은 변화에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내버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남아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먼저 시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가의 문제다.
시내버스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서비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사고와 생각을 과감히 바꿔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재정 지원 문제다. 시내버스 재정구조는 운송수입금이 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한 부분만큼 시가 보전해주는, 이것이 준공영제 시스템이다. 재정지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입금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시는 2014년을 정점으로 승객수가 정체되고 있어 운송수입금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적정 운송원가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필요한데, 무한정 인상할 수는 없기 때문)
지난 6월 유럽의 트램 운영도시를 시찰하면서 부러움을 느꼈던 것은 대중교통을 근본적으로 시민의 이동권과 관련된 사회적 복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송수입금이 30% 수준임에도, 나머지 비용을 지방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도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다. 원가절감과 경영 합리화 등 기본적인 자구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대중교통 재정 지원의 문제를 시민이 이용하는 교통복지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시내버스를 둘러싼 인적자원의 문제다. 승무원이 문제해결의 열쇠라 할 수 있다. 준공영제 시행 후 승무원들은 '준공무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정된 직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처우 또한 월등히 나아진 게 사실이다. 이제는 승무원 스스로 버스에 대해서만은 내가 바로 최고의 장인, 공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버스정책은 시내버스를 움직이는 인적 자원에 중심을 두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에 주력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은 시내버스 역사에 소중한 흔적을 남기는 날이다.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버스를 운전하시는 분들에게 지상파일럿(승무원)이라는 새 이름을 드리는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상파일럿이라는 새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 표준 KS버스, 착한운전'으로 시민 여러분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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