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故 이병철 회장의 신에 대한 궁금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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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故 이병철 회장의 신에 대한 궁금증 …

  • 승인 2015-07-09 14:46
  • 신문게재 2015-07-10 17면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신(하느님)은 있는가? 신의 모습은 왜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신의 목소리는 왜 우리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가?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인간들에게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는가? 신앙이 없어도 부귀를 누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떤 이유인가?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종교란 무엇인가? 영혼이란 무엇인가?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임종을 앞두고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질문 40여 개를 손수 만든 다음 그 가운데 24개를 골라 단아한 필체로 정리했다. 이후 1987년 타계하기 직전에 가톨릭교회 신부에게 보냈다고 한다.

백만장자였던 이 회장이 남긴 질문들은 우리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 속에서 한 번 정도는 의문을 갖는, 혹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접하게 될지도 모를 의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의 존재 여부와 속성, 신과 과학(우주론, 진화론)의 관계, 종교의 의미와 믿음의 실체, 영혼의 존재와 역할, 죄와 구원의 의미,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부작용 등 종교적으로도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를 진지하고 폭넓게 묻고 있다.

▲ 이혜옥 사서(한밭도서관)
▲ 이혜옥 사서(한밭도서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철학자 김용규가 인문학적 관점으로 답변하고자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을 출간했다. 저자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튀빙겐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정통 인문학자다. 그는 그동안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등 다수의 대중적 철학서와 인문교양서를 집필해왔다.

철학, 신학, 문학 등 방대한 양의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이 회장의 질문 하나 하나에 대해 답변해 놓은 김용규 작가의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을 읽다 보면, 많은 독자들이 왜 그를 가리켜 '인문학의 연금술사',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부르는지 알게 된다.

저자 김용규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까닭으로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번은 마주해야 하는 숙명적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것과 더불어 최근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무신론(리처드 도킨스 등으로 대표되는 무신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들고 있다.

저자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신은 죽고, 진리는 사라지고, 가치가 소멸하고, 삶의 이정표들이 사라졌다며 우리의 딱한 처지를 한탄한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또는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신과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인문학자의 글을 읽으며 우리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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