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정직이 최선이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정직이 최선이다

  • 승인 2015-07-08 14:20
  • 신문게재 2015-07-09 18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정직이 최선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중학생 때부터 외워온 격언이다.

옛날 어느 임금님이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꽃씨 한 봉지씩을 나눠주면서 잘 가꾸어 보라고 부탁했다. 두 달 뒤에 각자 꽃 화분을 들고 왔는데, 한 어린이만 흙 화분을 들고 와 슬픈 표정으로 섰다. 임금님은 그 아이를 앞에 세우고 후한 상을 내렸다. 그러면서 내가 너희들에게 준 씨앗은 삶은 씨앗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꽃을 피웠는가 물었다. 정직을 시험해본 것이다. 세르반테스(1547~1616)도 말했다.

“정직함은 진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정직함이 최고의 처세술이다. 정직만큼 풍요로운 재산은 없다. 정직은 사회생활에서 최소한의 도덕룰이다. 하늘은 정직한 사람을 돕게 돼 있다. 정직한 사람은 하나님이 만든 최선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국속담에서도 “하루 동안 행복하려면 목욕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한 달 동안 행복하려면 자동차를 사고, 일 년 동안 행복하려면 새 집을 사고, 일생 동안 행복하려면 정직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서울에 있는 한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작은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던 어떤 이가 6·25 전쟁이 일어나자 한시바삐 피난을 떠나야 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피란길을 준비하던 중 그는 자신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할 날짜가 된 것을 알고 돈을 준비해 은행으로 갔다. 전쟁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돈이 될만한 것이면 뭐든지 챙겨서 떠나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거꾸로 돈을 들고 은행을 찾아간 것이다. “여기 빌린 돈을 갚으러 왔습니다.” 그는 돈 가방을 열며 은행 직원을 불렀다. 은행 직원은 그를 보고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빌린 돈을 갚겠다고요? 전쟁통이라 융자장부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요. 장부의 일부는 부산으로 보냈고, 일부는 분실된 것 같습니다. 돈을 빌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갚으시겠어요?” 은행 직원의 말에 그는 잠시 망설였다. 갚을 돈을 은행 직원에게 주면 그가 이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잠시 생각 끝에 돈을 갚기로 결심하고, 은행 직원에게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에 도장이나 찍어달라고 했다. 결국, 은행 직원은 그의 뜻대로 돈을 받고 자신의 인감도장을 찍어 영수증을 건네주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제주도에서 군납 사업을 시작했다. 신선한 생선을 공급하는 일인데, 갈수록 주문량이 많아지자 그는 원양어선이 한 척 필요해졌다. 그러나 수중에 돈이나 담보물이 없어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배를 구입할 수 없었다. 그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에 있는 은행을 찾아가 융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전쟁이 막 끝난 후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융자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융자받기를 포기하고 은행 문을 나서려다가 문득 자신이 서울에서 갚은 돈이 잘 처리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발길을 돌려 예전에 받은 영수증을 은행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한 장의 영수증이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영수증을 본 은행 직원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 바로 당신이었군요. 피난 중에 빚을 갚은 사람이 있다고 해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정직함은 우리 은행가의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답니다.” 직원은 그를 은행장의 방으로 안내했고, 은행장은 “당신처럼 진실하고 정직한 사업가를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흔쾌히 필요한 금액을 융자해주었다. 그는 융자받은 사업자금과 은행권의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시켜 나갔다.

정직이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각과 말과 행동을 거짓 없이 바르게 표현하여 신뢰를 얻는 것이다. 정직한 성품으로 한국의 존경 받는 경영자가 된 그가 바로 한국 유리공업 주식회사의 설립자인 최태섭(崔泰涉, 1910~1998) 회장이었다. 전쟁 중에도 정직한 인격으로 신뢰를 얻은 그는 정직을 밑천으로 사업을 확장해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으며, 드디어 해외에까지 진출하는 대기업을 만들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