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 감염됐던 건양대병원 신교연 간호사가 7일 건양대병원에서 진행된 브리핑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성희 기자 |
7일 건양대병원 암센터 세미나실. 신교연 건양대병원 간호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본인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완쾌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당당히 메르스를 이겨내 동료들 곁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과의 접촉으로 격리된 동료와 환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중 감염자가 발생할까봐 매일 가슴을 졸였다. 죄스러운 마음이 아직 신 간호사에겐 크게 남아있는 듯 했다.
“저 때문에 동료와 환자, 보호자들이 감염될 수 있는 위험에 처했고, 병원이 코호트 조치되는 등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하루하루 견딜 수조차 없었어요.”
그는 심정지된 메르스 환자(36번)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 감염됐다. 감염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따윈 없었다. 무조건 '살려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환자는 심정지와 순환회복 상태가 여러 번 반복됐다. 한 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이 이어졌지만, 결국 환자는 숨을 거뒀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 고생하던 중 몸이 이상했다. 열이 나기 시작하고, 오한이 느껴졌다. 증상을 이상하게 여긴 신 간호사는 바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2차례의 진단 검사 결과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다. 심폐소생술 당시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착용했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격렬한 심폐소생술을 땀복으로 불리는 방호복을 입고 시행했기에 땀이 줄줄 흘렀다. 신 간호사의 손에는 환자의 체액이 흥건한 상태였다. 그는 지난달 14일 치료를 위해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심폐소생술을 위해 병실에 들어갈 때 공포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CCTV를 보니 제가 마스크를 만지고, 땀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때 감염이 된 것이죠.”
메르스와의 싸움은 힘들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속이 매스껍고, 설사를 했다. 구역질도 나왔다. 밥을 먹어야 약을 먹을 수 있는 만큼, 입맛도 없고 고통스러웠지만 밥을 먹었다. 온 몸에 근육통이 느껴졌다. 열은 오르고 오한이 계속됐다. 발열로 현기증까지 겪었다. 몸이 아팠지만 신 간호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외로움이었다. 매일 병실에 홀로 있으면서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말 동무는 의사와 간호사뿐이었다. 퇴원한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그러나 신 간호사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하루빨리 완쾌돼 고생하는 동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복귀하면 환자들의 손과 발이 되겠다는 각오도 세웠다. 증상은 빠르게 호전됐다. 말년병장이 전역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신 간호사는 퇴원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국 그는 지난 4일 완치 판정을 받고, 동료들 품으로 돌아갔다.
“병실에 혼자 머물렀던 만큼 하루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지쳐갔죠. 하지만 저를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동료, 환자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습니다. 메르스 환자였다는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가족을 믿었습니다.”
신 간호사는 경력 18년의 베테랑이지만, 이번 일로 의료인으로서의 자세를 뒤볼아보게 됐다. 치료와 간호도 중요하지만, 외로운 환자분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관심어린 손길을 내밀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의료인을 믿는 환자와 보호자들 곁을 항상 지키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희를 믿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환자와 보호자분들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그것이 제 일이자 사명이고,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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