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룡 원장(써지탑병원. 의학박사) |
장마철 건강문제는 장기간 강수로 인한 습기 때문입니다. 곰팡이, 집 먼지진드기, 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쉽게 증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호흡기나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습기와 관계된 또 다른 건강문제로 관절통증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비가 오려나? 왜 이리 무릎이 아프지?”라고 말씀하시면 비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절은 습도와 기압에 매우 민감한 기관이기 때문에 기압이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지는 장마철이 되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관절염 환자들의 장마철 관절통증은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 사전에 검진 및 치료를 통해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날씨와 관절염 환자의 관절통증 간의 연관성을 살펴본 여러 의학 논문들은 결론이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외부 온도가 떨어질 때나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아질 때 관절은 통증을 느끼게 되며, 관절의 경직(굳는 느낌)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온도, 습도, 기압 등 날씨의 변화에 따른 관절염 통증의 영향'에 대하여 2002년 국제류머티스학회지에 발표한 스트러스베르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퇴행성 골관절염이나 류머티스 관절염은 저온 다습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비가 오기 전에 관절염 환자의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유력한 가설은 우리 몸의 관절 내에 압력을 느끼는 아주 예민한 조직이 있는데, 이 예민한 조직이 날씨 변화에 따른 관절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맑은 날에는 대기압과 관절강내의 압력이 평형을 유지하지만, 저기압 상태인 장마철에는 대기압에 비해 관절강내의 압력이 높아져 연골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이 자극돼 통증이 심해진다고 추측합니다.
여름철 선풍기나 에어컨 등의 냉방기기 사용 증가도 관절통증을 악화시킵니다. 실내외 온도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관절 주변의 근육이 뭉치고 관절의 윤활작용을 하는 관절액이 굳어져 관절 통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관절염 환자들은 장마철에 온찜질을 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관절의 통증이나 붓기가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따뜻한 수건을 이용해 약 15분가량 가볍게 마사지하면 좋습니다.
또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여름철 실외의 더운 온도 속에 있다가 에어컨 등으로 인해 온도가 낮아진 실내로 들어갈 경우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의해 근육이 뭉치고,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넘지 않도록 실내 적정 온도 섭씨 26~28도와 습도 5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에어컨 바람에 아픈 관절이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야외활동이 줄어들어 운동량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운동량이 부족하면 관절주위 근육 및 뼈가 약해져 통증이 오히려 심해지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가벼운 체조나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장기적으로 관절을 강화시키는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입니다. 걷기 운동을 할 때에는 1주일에 3일 이상, 30분 정도 걷는 것이 좋으며, 천천히 걷는 것 보다는 호흡과 맥박이 약간 빨라질 정도의 속도로 걷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걷기 전에 반드시 10분 이상의 스트레칭 등의 준비 운동이 필요하고, 여름철에는 수분 섭취가 중요하기에 물 500~600cc 정도를 걷기 10분전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와 더불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근력운동을 병행하여 관절 주위의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온찜질이나 적정 실내 온도 조절, 운동 등의 노력에도 관절통증이 지속된다면 관절 전문 병원을 방문해 관절 상태를 검사하고, 전문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절통증으로 병원가면 수술하더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관절질환에 특화된 물리치료, 도수운동치료, 그리고 연골주사치료 등의 비수술 치료로 관절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수술해야할 정도로 관절이 많이 망가지기 전에 적절한 비수술 치료를 권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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