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청인, 정말 핫바지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충청인, 정말 핫바지인가

  • 승인 2015-07-05 13:35
  • 신문게재 2015-07-06 18면
  • 유인석 수필가유인석 수필가
▲ 유인석 수필가
▲ 유인석 수필가
어느 점심자리에서 고위공직자 출신인사가 의미 깊은 우화(寓話)한 토막을 소개했다. 평생 작은 구멍 속에서만 살아야하는 쥐의 넋두리를 신(神)이 들었다. “그럼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신이 묻자 쥐가 얼른 말했다. “고양이가 되고 싶습니다.” 쥐의 넋두리가 딱해 신은 쥐를 고양이로 변신 시켜주었다. 그 후 신이 쥐에게 물었다. “이제 됐지!”. 그러자 고양이가 된 쥐는 신에게 다시 말했다. “신이시여! 고양이가 되고 보니 호랑이가 무섭습니다. 저를 호랑이로 만들어 주십시오.” 쥐의 끝없는 욕심을 듣고 난 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놈아! 생각을 바꾸어라.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쥐는 영원히 쥐일 수 밖에 없다.” 권력욕심에 이전투구 하는 오늘의 정치현실을 적시한 교훈이다.

요즘 정치판은 파렴치한 위선의 추태뿐이다. 권력싸움이 목불인견이다. 여야 국회의원들 모두가 똑같다. 표심모아 권력을 위임해준 민생정치는 안중에도 없다. 정부 흔들기, 대통령 흔들기, 민심선동뿐이다. “국회의원들은 모두 도둑×들, 쥐만도 못한×들…”이란 욕설이 쏟아져 나온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계파별 기득권욕심, 공천권욕심 투쟁이다. 사명과 책임은 물론, 개혁이나 기득권 포기 공약도 모두 기만이었다. 국민의 지지로 국정단상까지 올랐으면 당연히 국가와 국민을 위한 책임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 오로지 호랑이가 되고 싶은 '쥐의 욕심'뿐이다.

지지해 준 국민의 뜻에 감사하며 국회의원으로서 사명에 열심 할 때, 국민의 신망과 지지는 몇 배로 커져 훗날 장관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것이 덕망의 순리다. 본분과 사명보다는 더 큰 권력, 더 높은 지위만 탐하는 욕심에 국민의 표심은 허용할 수 없다. 지난 4·29 재보선 때 표심의 심판은 천심이었다. 민심은 천심과 다르지 않다. 재보선 참패 결과에 대한 책임공방에 빠져 당(黨)의 분열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현실이 그렇고, 또 3권 분립원칙을 무시한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행사를 둘러싼 새누리당 지도부의 교활하고도 배신적 내분 계파갈등 추태 또한 다르지 않다.

'쥐'가 '고양이'로 변했으면 엄청난 신의 특혜다. 무너진 정당을 살려내 여당 국회의원의 막강한 권력까지 누리게 됐으면 민심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는 함께 해야 한다. 오히려 '호랑이'가 되고자 하는 욕심은, 교활한 차원을 넘어 흉악한 반역이다. 등 따습고 배불러진 새누리당의 교만이고, 한계다. 지나친 권력욕심 때문에 시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갈등도 봉합될 기미는 없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의 운명도 심상치 않다. 어려운 고비마다 정당을 살려낸 대통령의 그늘도 채 벗어나기 전에 벌써부터 '호랑이'욕심에 도취돼 있다. 이제 표심은 진실을 따른다. 정치가 진실을 버릴 때 민심도 정치를 버린다.

정부수립이후 충청권에서만 대통령을 배출해 내지 못했다. 선거 때만 되면 '멍청도' '핫바지'등의 비하, 폄훼, 조롱받기 일쑤인 이유다. 한때 충청권 민심을 볼모로 맹주를 자처하던 어느 인사도 양지만 찾아다니며 매춘정치로 자기영화만 누렸을 뿐, 대통령 꿈을 이루기까지는 치덕이 모자랐다. 충청권을 텃밭이라 떠들기만 했을 뿐, 막상 텃밭에 물 한바가지, 비료 한줌, 후계재목 한명을 키워내지 못했다. 세월만 윤회하는 게 아니다. 분명 역사도 윤회한다. 이젠 충청인의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현직 여당, 야당국회의원들이 각자의 욕심 내려놓고 하나로 뭉쳐서 진실의 순리에 앞장설 때 민심은 따른다.

친노(親), 비노(非), 친박(親朴), 비박(非朴)…. 이전투구(泥田鬪狗)권력투쟁은 이조말엽 망국의 정치역사 그대로다. 뒷전에서 회심의 미소를 날리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국난위기 때마다 충청인들의 지혜는 빛났다. 이제 충청인들은 뭉쳐야 한다. 핫바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