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장동초 교장 |
곧 무대 위로 올라가 공연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 표정이 영 자신없어 보인다. 자신감이 없으니, 비교적 큰 무대에 서는 이번 공연이 그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떨리기만 한 것이다.
“힘내자, 얘들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어진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해 보자. 그리고, 평소처럼 편안하게 해 보는 거야. 하나, 푸우! 둘, 푸우!”
잔뜩 긴장해 있는 아이들에게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게 하면서 분위기를 바꿔 주었다.
“다음은 장동초등학교 학생들이 펼치는 국악 연주가 있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고운 한복으로 차려 입은 우리 아이들은 무대로 올라가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연주 곡명은 '산도깨비'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아리랑'이었다.
나도 회덕동 굴다리 학습 마을 축제가 열리는 관중석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번에는 내 가슴이 쿵쿵 뛰었다.
2014년 6월 초에 '장동 국악 관현악단'을 창단해 어려운 형편 속에서 악기를 임대하고 아이들에게 국악 교육을 시작한 지 넉 달만의 일이니, 나로서는 감격스러운 일인 것이다.
첫 번째 연주곡은 '산도깨비'다. 그 당시, 우리 학교는 복식 수업을 하는 소규모 학교라서 3학년 이상 6학년 학생이 다 참여하고 있어도 18명밖에 안됐다. 아이들에게 공식적인 무대로는 첫 경험인지라 학교에서 연습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주 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겨우겨우 악곡이 이어지며 연주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큰 실수는 없이 첫 곡을 끝낸 아이들에게 나는 “와아! 장동, 잘 한다. 그것 봐, 할 수 있잖아” 환호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박수를 쳤다.
두 번째 곡은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아리랑'이다.
“아~리라앙, 아~리라앙, 아~라~리~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연주소리는 작았다.
그 순간, 나는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일어섰다.
“여러분, 연주에 맞춰 함께 불러요. 아~리라앙, 아~리라앙”
관객을 향해 돌아선 나는 박자를 맞춰가며 못하는 노래를 큰 소리로 힘차게 불렀다. 그 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 장동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세요. 여러분 함께 노래 불러 주세요.”
우리 학교 학생 어머니께서 구경을 오셨다가 내가 주눅들은 아이들을 위해 격려하는 모습을 보시고, 함께 하신 것이었다.
하나는 외롭고, 둘이 되면 힘이 되고, 셋이 되면 변화가 일어난다.
졸지에 회덕동 굴다리 학습 마을 축제장은 '아리랑' 합창으로 흥이 나기 시작했다. 축제에 모인 주민들의 박자에 맞춘 '아리랑' 노래가 멋들어지게 울려 퍼지자, 우리 아이들의 아리랑도 힘을 받아 음량이 커지고 구성지게 연주됐다.
어느덧 연주가 끝나고,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는 비로소 '해 냈다'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환한 미소가 그림처럼 걸렸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자꾸만 줄어드는 아이들로 인해 학교가 없어지고, 장동이라는 마을이 없어질까 걱정하던 동네 어르신들, 학부모님들, 학생들에게 우리 장동 교육 가족은 힘을 모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무엇보다도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게 정성이 담긴 '맞춤형 사랑의 교육'을 안겨 주었다.
우리 장동 교육가족은 오늘도 아이들이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행복한 교육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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