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 외양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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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외양간 프로젝트

  • 승인 2015-06-29 14:13
  • 신문게재 2015-06-30 19면
  • 이경태 취재2부 차장이경태 취재2부 차장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은 지난해 한차례 생채기를 겪었다. 수사기관의 대화내용 검열 논란으로 자칫 가입자의 대거 이탈 현상까지 우려되는 등 위기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때 다음카카오는 이 상황을 정면으로 부딪쳐나갔다. 일명 '외양간 프로젝트' 정책을 펼치면서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더욱 튼튼히 고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속담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는 바다 위에서의 사고라기보다는 인재(人災)였다. 위기 대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불법행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에 안타까운 10대들의 목숨만 앗아가게 만들었다.

최근 메르스 감염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생소한 감염에 대해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국민에게 보였을 뿐, 병원명 공개, 감염 확진자 격리, 감염의심자 관리 등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그동안에도 메르스 감염 추가 확진자가 끊이질 않고 생겨났다. 속수무책으로 소를 잃는 상황이다. 정부는 감염 확진자가 급증하자 그제서야 명분뿐인 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항상 그래왔다. 문제가 발생해야만 행정력을 뻗는 식의 관행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최근 대전시 역시 혹시 모를 수해에 대비해 도심 속 건설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사고 예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타 부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더구나 침수 및 수해에 대한 예보가 없기 때문에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답답한 해명만 내놓는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을 뿐더러 이미 사태를 수습하기엔 너무나도 늦어버린다. 어떤 경우에는 외양간을 고칠 정도의 피해가 아닌, 외양간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필요한 것은 리스크에 대한 대비다.

장밋빛 전망만을 바라보며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항상 살피고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두고 대안을 처음부터 만들어놓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지금이라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한다.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 다만,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매뉴얼은 자료가 아닌,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는 행동지침이며 마음가짐이다.

이젠 개인과 사회 모두가 새로운 외양간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가야 한다.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는 의문이 앞서야 일을 그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에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하나의 오류라도 더 찾아내고 싶어했던 애플 창립자 고 스티브 잡스의 'One more thing'이 새삼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다.

이경태·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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