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수필가 |
-우리들 삶 속에서 실종된 진실을 안타까워하는 절규의 함성이다.
우리세태는 지금 위선의 홍수다. 있어도 없는 척, 없어도 있는 척, 귀신도 속여먹는 세상이 됐다. 국립묘지에 가보면 가면의 세태, 위선의 세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말없이 도열하고 있는 수 천기 호국충혼들의 돌비석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은 모두 가짜 꽃(造花)이다. 호국영령들마저 속여먹는 위선세태의 극치다. 머지않아 제상(祭床)도 모조제물(模造祭物)로 차려질 것이라면 지나친 역설일까? 이제 가면은 불가피한 일상이 됐다. 호국충혼들 앞에 가짜 꽃을 바치고도 당당한 후예들의 위선은 가면으로 익숙해진 세태의 증거다.
국방부도 보훈처도 가짜 꽃 헌화세태를 묵인 방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6월은 애국의 달”이라고 구호만 외쳐대고 있으니 그 역시 위선이고 가면이다. 나라위해 목숨 바친 호국열사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처사다. 국가관 역사관 등의 가치관을 가르쳐야 할 교육도 빗나갔고, 세태의 흐름을 바르게 선도해야 할 시대의 언론도 빗나갔다.
국립묘지 애국충혼들이 가짜 꽃으로 조롱, 폄훼당하고 있어도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 없는 가면의 세상…. 국립묘지에 돌비석 되어 도열하고 있는 수많은 호국충혼들은 누구를 위한 죽음이었고, 또 왜 죽어야 했는가?
지난날 언론은 사회적 '신뢰'와 '기대'의 기준 이었다. 온갖 위선을 부수고 가면을 벗겨내는 진실의 보루이기도 했다. “신문에 났다”, 또는 “방송에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심할 수 없는 진실로 인정 됐었다. 이제는 언론에 대한 믿음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언론은 이제 사회의 목탁도 아니고 경종도 아니다.
최근 나라를 뒤흔든 '메르스' 역병(疫病)사태도 언론의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방송매체들의 호들갑은 민심불안을 더욱 부추겼다.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역병 방역대책을 놓고 대통령까지 흔들어댄 것은 '신뢰'도 '기대'도 스스로가 박차버린 언론의 과잉이고 오만이었다.
날마다 똑같은 이름, 똑같은 얼굴들이 회전출연하면서 개연성범주를 넘지 못한 채 식설객설만 해댄 것도 방송매체다. 우리주변에서 발생된 돌림병은 처음이 아니다. 홍역, 천연두, 사스, 에볼라 등 많다. '메르스'도 그 일종의 돌림병이었다. 과장하고 확대해서 호들갑을 떨지 않고 사실보도만으로도 충분했다. 교통, 교역, 생활문화가 세계화 되면서 국지적으로 발생되던 토착적 돌림병도 세계화되고 있다. 또 의술이나 제약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내성강한 신종바이러스도 계속 출몰하고 있다.
언론이 나서야 할 진실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고, 정치가 나서야 할 진실은 미래를 위한 정책수립이다. 이미 사건이 발생된 뒤에서야 정부를 흔들고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잿더미 속에 파묻어야 할 불순세력들의 잔재의식에 불과하다. '메르스' 공포와 그리고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행사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갈등이 잠시 잠복했다. 그러나 허상은 무너지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야당은 날마다 야당이 아니고, 또 여당은 날마다 여당이 아니다. 어느 정당이 먼저 국민 앞에 가면을 벗고 진실해지느냐가 여당과 야당이 되는 지름길이다. 정치가 정직해질 때 세태정서도 진실해지고, 너나없이 위선의 가면도 벗겨질 것이다. 진실의 양지와 가면의 음지는 언론과 정치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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