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고개를 가다]유가족 DNA등록 시급하다

[개미고개를 가다]유가족 DNA등록 시급하다

충청 237구 발굴됐지만 신원확인된 유해는 절반도 안돼 주요 격전지 도시화 발굴난항 … 목격자 증언 기록화 해야

  • 승인 2015-06-25 17:55
  • 신문게재 2015-06-26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아물지 않은 격전지, 개미고개를 가다]3.이름없는 전사자, 가족품으로

2007년 2월 충북 영동군 심천면의 한 도로 확장공사장에서 국군 6·25전사자로 보이는 유해가 발견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현장에서 전사자 유해를 수습했으나 인식표처럼 신원을 확인할 단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유해는 신원 미확인 전사자로 분류돼 임시 안치될 테지만, 마지막 유전자 비교검사에서 극적인 결과가 나왔다. 유해에서 확인한 유전자정보(DNA)와 미수습 전사자의 아들이 제출한 유전자가 가족 수준으로 일치한다는 게 확인된 것.

이를 통해 충북 영동에서 발견된 6·25전쟁 전사자는 충남 청양에서 1949년 1월 9연대에 입대한 고 강태수 일병으로 확인됐고, 한강방어선 전투에 참가해 후퇴하던 중 1950년 7월 18~21일께 전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강 일병과 17세 때 결혼한 부인 사이 아들이 전사한 부친의 유해를 찾기 위해 국방부에 유전자 시료를 제출했던 게 주효했고, 유해는 가족 품에 돌아갔다.

6·25전쟁 전사자에 대한 유해발굴이 도시개발에 따른 지형변화와 참전용사의 고령화, 유가족의 사망처럼 시간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미군 제24사단 2개 대대 병력이 북한군 2개 보병사단과 전차사단에 맞서 나흘간 전투를 벌인 충남 개미고개 역시 개발의 바람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미군 최소 428명이 숨진 개미고개 격전지 중 일부는 공원으로 개발돼 더는 유해발굴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6·25전쟁 때 격전을 벌여 이름 없는 용사 상당수가 묻혔을 것으로 여겨지는 충남 천안과 금강, 대전 등의 격전지가 65년이 흐르는 사이 도시가 되고 도로 놓이면서 발굴에 점점 어려운 환경이 되고 말았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전투 기록을 검토하고 주민 목격담이나 증언을 바탕으로 발굴대상지를 선정하는데 목격하고 증언을 전해줄 사람도 상당수 돌아가셔 용사가 있는 곳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참호 70곳을 발굴했을 때 유해 한 구가 발견되는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6·25전쟁에 전사자가 있는 유가족이 유전자(DNA)시료를 제출하는 게 중요해졌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9826구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고, 충남·북에서는 모두 237구가 발굴됐다. 이중 유가족 유전자검사 시료채취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 유해는 모두 107위에 불과하다.

발굴된 전사자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경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신원 미확인 유해는 유해발굴감식단 중앙감식소 내에 임시 안치된다.

미수습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 보건소와 군병원에서 직계 가족과 8촌까지 가능하며 타액(침)으로 검사한다.

육군 대령 이학기 단장은 “전사자 유해발굴감식사업은 국가와 자유를 위해 목숨 바쳤으나 수습되지 못한 채 산야에 남겨진 13만 위의 호국용사를 조국과 가족의 춤에 모시는 보훈사업”이라며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 날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끝>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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