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돼 충남대병원에서 치료 받던 환자가 18일만에 완치돼 퇴원한 가운데 25일 권선택 대전시장을 비롯한 의료진이 퇴원을 축하해주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대전, 세번째 환자 퇴원
“좋은 생각,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 냈습니다.”
25일 오전 11시 충남대병원 보운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의 사투에서 승리한 85번 환자 A(66·여)씨가 입장했다. 퇴원을 축하하는 병원 직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몇몇 간호사와는 뜨거운 포옹까지 나눴다. A씨는 완치됐지만 전파를 우려한 듯 파란색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그동안의 치료에 지쳐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밝은 얼굴로 감사 인사도 전했다. 남은 환자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전할 땐 목에 힘줘 말하기도 했다.
A씨는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항상 좋은 생각만 하시고, 좋은 음악도 듣고, 좋은 책도 읽으면서 긍정적으로 지내면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했다.
A씨는 '긍정적인 마음'을 승리 요인으로 꼽았지만, 그도 낯선 감염병 메르스가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이송 당시 치료받는 환자들을 보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치료와 진찰이 끝나고, 어둠이 내린 병실에 홀로 있을 땐 병마가 자신을 삼킬 것 같았다. 열이 38.4도까지 오르자 가슴이 덜컥하기도 했다.
A씨는 “치료를 위해 처음 충남대병원으로 왔을 땐 엄청 무서웠다”며 “옆에 있는 환자들을 보자 두려움이 커졌고, 밤에 혼자 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공포를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했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항상 들었다. 긍정적인 글귀들이 담긴 책을 늘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옆을 지키진 못했지만, A씨의 가족과 친구들의 진심어린 응원도 큰 힘이었다. 남편 B(71)씨는 “처음 확진 소식을 듣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메르스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뭐라고 위로해줘야 할지 몰랐다”면서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기도하라고 전화했다. 잘 참고 이겨내서 고맙다”고 눈물을 보였다.
A씨는 “남편의 응원이 큰 힘이었고,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매일 좋은 글과 힘내라는 메시지를 휴대폰으로 보내줬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메르스 증상에 대해선 '심한 몸살 감기' 같다고 했다. 열이 최고 38.4도까지 오르고, 팔과 어깨 등에 심한 근육통을 느꼈다. 다행히 폐렴은 진행되지 않았다. A씨는 “몸살 감기보다 심한 느낌이었다. 열이 갑자기 오르고, 어깨와 팔, 다리 등이 심하게 쑤셨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대전 첫 감염자인 16번 환자(40)에겐 치유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
A씨는 “16번 환자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메르스에 감염돼) 오히려 딱하고 불쌍했다”며 “그분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퇴원했는데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A씨는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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