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 |
핀란드의 민족주의 작곡가 시벨리우스(1805~1957)는 애국자다. 음악가가 애국하는 길은 음악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핀란드는 겨울이 길고, 모던하면서도 이국적인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 핀란드도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품고 있고 교향시 핀란디아는 독립을 열망하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일명 고난과 투쟁의 모티브로 상징되는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울림은 장엄했고,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유려한 흐름은 광대한 핀란드의 자연을 눈 앞에 펼쳐놓은 듯 표현됐다. 후반부에 등장한 귀에 익숙한 핀란디아 찬가 선율은 금노상의 지휘로 힘찬 깃발을 휘두른다. 진정 애국심이 시적 동인이 된 교향악적 서사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전시향의 연주는 진지하면서도 진솔했다.
한편 첼리스트 송영훈은 젊은 하이든의 기상이 그대로 드러난 경쾌하고 힘찬 1악장에서 시원한 활놀림과 정확한 음정, 생생한 리듬감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2악장 첼로 솔로에서 들려준 기품있고 담백한 음색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단지 바로크적 역동성이 지배하는 3악장에서 달음박치듯 앞으로 나아가는 솔로와 오케스트라 반주의 호흡이 일치하지 않음은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긴 호흡을 처리하는 음악적 표현력과 여유있는 음악해석은 송영훈이란 첼리스트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었다.
마지막 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은 고전적 교향곡이 갖는 4악장의 형식적 틀 안에서 핀란드의 민족적인 색채를 담고 있는 대작으로, 전원적이면서도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2악장에서 바닥에 깔리듯 퍼지는 팀파니의 엄숙한 울림과 금관악기의 처연한 표현, 그리고 4악장에서 비장하게 전개된 현파트의 주제선율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날 시벨리우스와 함께 한 대전시향의 안정적이고 차분한 연주로 관객들은 잠시나마 청량한 북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때로는 음악이 자연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시원하게 적신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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