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넘어온 이름도 낯선 감염병,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상륙한지 한 달이 넘었다.
진정세에 접어든 것 같지만 메르스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특정 슈퍼전파자로부터 감염이 이뤄지던 초기와 달리 4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진정세로 보던 보건당국은 새로운 병원에서 환자 발생이 잇따르자 전망을 유보했다.
감염병 종식은 주로 마지막 환자 발생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의 2배를 더한 날까지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뤄진다.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는 14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식대로라면 대전에 마지막 환자가 확인된 지난 22일부터 28일 후인 다음달 19일까지 추가 환자가 없으면 메르스가 종식됐다고 볼 수 있다.
대전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16번 환자(40)가 지난달 22~30일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 입원하면서 메르스 전쟁이 시작됐다.
같은 병실과 병동의 환자들이 차례로 감염됐다. 이들의 간병인도 메르스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대 잠복기가 지나면서 환자 발생 추이가 감소했다.
을지대병원은 지난 23일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코호트(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됐다.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도 환자 발생이 없으면 오는 26일 0시에 격리가 해제된다.
메르스 환자 접촉자로 분류돼 자택 격리 중인 자가격리자도 줄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메르스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고, 환자나 발생 병원 방문자가 지역에 나타날 수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지역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의료계, 시민의 3박자가 맞으면 메르스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초기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당하기만 했고, 시민들이 과도한 공포감에 불안해했다면 지금은 체계적인 정보 공유와 환자 치료, 격리자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메르스에 대한 공포 극복과 협조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서지원 대전시의사회 메르스대책위원은 “메르스는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고, 반드시 종결될 것”이라며 “7월말까진 긴장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하고, 의료진과 환자, 격리자, 시민, 보건당국 등이 힘을 합친다면 분명히 퇴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이어 “시민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나 격리자들의 불편도 있겠지만 '나 하나 불편하면 병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한주 유성선병원 가정의학과 부장은 “앞으로 28일 동안 더 이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시민들께서 너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계시는데 기본적으로 생활하시면서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시면 된다”고 밝혔다.
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은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것은 의료계만의 일이 아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 시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야만 빠른 시간 안에 메르스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수정 대청병원 의료원장도 “자가 격리됐던 의사와 간호사, 직원 중 한명도 감염되지 않았고, 잠복기가 지나가면서 환자 발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시민들은 과도한 공포를 갖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까지 메르스 종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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