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감독 권위의 민낯과 비극 '소수의견'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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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감독 권위의 민낯과 비극 '소수의견'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실화가 아니라는 자막은 정말 허구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하는 연출이었던 셈이죠”

  • 승인 2015-06-24 15:19
  • 신문게재 2015-06-25 11면
24일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의 연출자인 김성제(46·사진) 감독이 공식적인 인터뷰를 마친 뒤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제가 원래 건조함, 차가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요. 영화도 감성이 짙은 걸 선호하고요. 그런데 이번에 소수의견을 하면서는 촬영 현장에서 '영화 색이 건조한 것 아니냐'는 말을 꽤 들었어요. 이 영화는 그렇게 찍는 게 옳다는 확신 같은 게 있었거든요.”

용산참사에 모티브를 뒀음에도 영화 도입부에 '이 영화의 사건은 실화가 아니며 인물은 실존하지 않습니다'라는 자막을 넣은 이유는.

-원래 없던 건데 이번에 개봉을 앞두고 넣은 것이다. 그 자막이 중의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우리 영화는 촬영을 마치고 2년이나 개봉이 미뤄지면서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렸다. 아주 오랜 기간 용산참사를 직접적으로 다뤘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봐 온 관객들은 소수의견이 용산참사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 할 텐데, 도입부 자막이 이러한 인식을 환기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자막을 본 뒤 '정말 허구야?'라는 생각에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출의 일환인 셈이다. 그 자막을 넣을까 말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소수의견이 2년 전에 개봉했다면 아마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극중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를 짚어본다는 인상을 준다.

-어떤 비극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어떻게 수습되고 해결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최근의 메르스 사태까지 반복되는 비극을 해결하는 방식이 비상식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우리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적인 화법을 통해 관객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극중 국민참여재판을 묘사하는 데 특별히 공들인 모습이다.

-영화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지난 2일 제작보고회 때 “소수의견을 박력 있는 법정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를 했는데, 당시 배우들조차 영화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최근 시사회를 가지면서도 “박력이 어디에 있다는 거냐”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제가 생각한 박력의 중심에는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시민들을 검사, 변호인이 설득하는 과정에서의 흥미진진한 묘사가 있었다.

국민참여재판뿐 아니라 법정에 앉아 있는 판사의 모습도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제가 영화 준비를 위해 수많은 재판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판사들이 굉장히 피곤해 보이고 신경질적이라는 점이다. 반말은 예사다. 그러한 부분이 몹시 권위적으로 다가오더라. 한번은 재판장에서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반발로 훈계를 하는 젊은 판사를 보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극중 판사를 연기한 권해효 선배를 통해 그러한 전지전능한 권위의 민낯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은 변호인 윤진원(윤계상)이 기자 공수경(김옥빈)에게 “기자잖아요. 나는 변호사고”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그에 앞서 공수경은 “기자는 미안하기 시작하면 기사 못 쓴다”고 한다. 윤진원의 이 말은 “기자는 기자의 길이 있고, 변호사는 변호사의 길이 있다”는, 서로를 100% 이해했다기 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 특별한 공기를 품고 있다. 그 공기가 몹시 좋았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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