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예당저수지의 물처럼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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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예당저수지의 물처럼 나아가길

  • 승인 2015-06-23 14:26
  • 신문게재 2015-06-24 18면
  • 김광옥 예산 대흥초 교장김광옥 예산 대흥초 교장
▲ 김광옥 예산 대흥초 교장
▲ 김광옥 예산 대흥초 교장
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눈에 담는 행복한 출근길. 누리달이라는 이름처럼 온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며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벌써 출근하신 선생님 두 분이 흐뭇한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신이 나서 간밤의 일화를 늘어놓고, 아침 반찬과 오늘의 기분 따위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우리 학교 보물들을 태운 통학차량이 도착하고 곧이어 함빡 미소 머금은 아이들의 인사소리가 또한번 운동장에 가득하다. 서로 손잡고 운동장을 걷고 뛰며 오늘 하루를 설계하느라 분주하다. 운동장 옆의 연못가에서는 오늘도 주무관님의 나무 다듬기가 한창이다.

슬로시티에 위치한 대흥초등학교에 부임하던 3월. 예당저수지의 연두빛 버드나무와 물안개는 출근길을 종종 행복의 나라로 안내하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현관 앞 잔디밭에서 재잘거리며 노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투명한 햇살도 잠시 아이들 머리에 머물다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일상이었지만 문제는 학생 수였다. 유치원을 포함한 전교생이 33명이었다. 학년 초부터 좀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고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교직원과 학부모님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예체능 중심의 특색 사업도 구안되었고, 파격적인 학생복지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내세울 만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내 결정된 것은 '사람'이었다. 석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지만 욕설 한 번 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소인수학급에서 효과적인 배움의 실현을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쉴 틈도 없이 학교를 가꾸는 교직원들! SNS에 올리는 작은 소식에도 따뜻한 관심과 감사를 표현하시는 학부모님들! 틈틈이 찾아와 조언과 함께 도와줄 것이 없느냐고 묻는 지역주민들! 이 모두가 우리 대흥초등학교의 자랑이었다. 그 후론, 소규모 학교가 걸림돌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임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는 전교생과 함께 매실청을 만들었다. 연분홍 매실꽃이 진 자리에 아기매실이 달리더니 어느 사이 밤톨만한 청매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청매실 수확 잔치를 벌였다.

“선생님! 여기 있어요. 여기도요.” 초록잎 사이에서 숨바꼭질 하는 매실을 아이들은 잘도 찾아낸다. 전교생이 딴 매실이 20kg. 100일 후에 시원한 매실 음료를 마실 수 있겠다 하니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스스로 찾아 함께 하는 일에는 언제나 행복이 가득했다. 봄빛 맞으며 쑥을 뜯어서 전교생이 쑥떡을 빚던 날도 아이들은 하루 종일 미소를 보여주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교학생회에서 모든 교직원에게 꽃을 만들어 선물하던 날에는 교직원의 흐뭇한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올랐던 봉수산 등반길에는 학부모님들의 자애로운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어제는 학교주변의 주민께서 우리 유치원 아이들이 캘 수 있도록 감자 한 두둑을 선물해 주셨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였기에 그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3월 초, 가득 찼던 예당저수지의 물도 많이 줄어들었다. 비록 예당저수지의 물은 줄어들었지만 지금쯤 그 물은 어딘가에서 또 다른 수확을 잉태하는 생명수가 되었을 것이다. 예당저수지의 물처럼 우리 아이들도 서로 배려하며 꿈을 키우고 즐겁게 생활하여 넓은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길 기도한다. 아울러 적은 수의 학생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이곳, 슬로시티에서 배울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소를 띠며 아이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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