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현 교수는… 1966년 9월 24일생. 연세대 식품영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배재대 가정교육과 교수. 현 배재대 평생교육원장, 대전서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여성가족부 대전여성새일지원본부장, 대전시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재직중. 대전시교육청 탈북학생캠프 사업책임자. |
다문화가정에서 부터 탈북학생, 급식과 경력 단절 여성의 새일찾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정현 배재대 가정교육과 교수를 만나 그만의 교육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제2의 오바마를 꿈꾸다=김정현 교수에게 있어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김 교수가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게 된 것도 먹을 것에서 시작이 됐다.
“언젠가 충남 논산의 다문화 가정 30곳을 대상으로 식생활을 조사할 일이 생겼거든요. 통역이 필요하지 않을까 했더니 남편하고 함께 온다는 말에 학생 한명을 데리고 조사에 나갔죠.”
쉽게 생각했던 일은 아침부터 오후 5시가 되도록 단 한 가정도 끝내지 못할 만큼 난관이었다.
“남편분에게 '아침에 뭐 드셨어요?'하고 물으면 뭘 드셨다 말씀을 하세요. 그리고 '부인분은요?' 하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부인을 툭툭 치고 먹는 시늉을 하며 물으시더라구요. 그 두분 사이에서도 아무런 의사 소통이 안되는 것을 보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안살림은 물론 매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의 부부 특성상 결혼이주여성들의 먹을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도 알 것 같았다.
김 교수가 다문화 가정의 음식 문화 소통, 적응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계기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중학생들의 음식행동 조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인종에 대해 4분의 1이 아메리칸, 8분의 1이 프랑스인 같은 말로 대답을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인종하고는 전혀 개념이 다른거죠.”
폐쇄적인 한국문화에서 적응해야할 다문화가정의 현실이 몸으로 느껴졌다.
대전시교육청에서 다문화교육센터 공모사업계획이 처음으로 공고되자 김 교수는 한걸음에 운영을 지원했다. 그때 김 교수가 외친 문구는 “대전에서도 오바마같은 인재를 만드는데 첫 걸음을 할 수 있게 해달라”였다.
지난 2011년부터 맡게된 배재대 평생교육원장이 되서도 김 교수는 다문화가족의 학부모 교육을 시작했다. 시작은 우리나라에서 학부모로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었는데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이주여성들이 센터에 나오지 않는 날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분들이 센터에 안나오는 날이나 없어지는 날은 어디가서 일하는 날이더라구요.”
한국말을 모르니 허드렛일밖에 하지 못하는 걸 알고 한국어를 가르쳐서 그들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가족부의 대전여성새일지원본부장을 맡아 결혼이주 여성들의 새로운 일을 주선하게 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하다보니 사각지대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된 후는 그들에게 찾아가 지원하는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맡았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먹을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그의 일들이 이제는 김 교수를 통하지않고서는 대전의 다문화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김 교수는 “처음에 다문화가정의 교육을 시작할때는 다문화 사람들이 편안하게 해주고 적응을 잘하게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문화 엄마들에게만 하는것보다는 다문화 밖의 우리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고,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학생들처럼, 학생들은 자녀처럼=지난 1993년 2월에 첫 아이를 낳았던 김 교수는 3주만에 배재대 강단에 섰다. 맞는 옷이 없어 친정엄마의 코트를 빌려 입고,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오던 그 첫 강단의 기억은 생생하다.
매년 1학년 첫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김 교수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을 아이들이 지켜줬으면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교수의 질문에 선뜻 '나'라고 말하는 학생은 드물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아이를 낳은 엄마일수록 그런 대답이 잘 안나온다”고 말한다.
“소중한 것은 굉장히 귀하게 다뤄야 하는데 그 세상한 내가, 소중한 사람이 먹어야 할 음식을 아무거나 먹을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누군가의 식단을 짜주어야 할 영양교사나 영양사가 될 사람들이예요. 먹거리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야말로 나를, 그리고 우리가 귀히 여기는 누군가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죠.”
어느덧 강단에 선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김 교수가 강단에서 강조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누구나 열심히 할 수는 있어요. 그리고 요즘은 누구나 잘 해요. 하지만 그 안에서 차별성을 갖는 것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하느냐죠. 그게 참 단순한 말이지만 어렵죠. 그래서 늘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에게 말해요. 우린 기본에 충실하자구요.”
그리고 한 가정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 교수가 또하나 지키는 것이 “학교 아이들은 집의 아이처럼, 집의 아이들은 학교 아이들처럼 대하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이 돼보면 자식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길 기다리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넘어지면 달려서 일으켜 세워줘야 할것 같죠. 그런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그게 객관화가 되잖아요. 그래서 집의 아이들에게는 좀더 객관화를, 학교 아이들에게는 좀더 집착을 가지려 노력하죠.”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먹거리=영양 교육이 전공인 김 교수는 밥상머리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3년간 어린이집 아이들의 식사 행동, 기본 행동 발달 상황을 지켜보는 연구가 있었어요. 식사 행동이 좋은 아이가 기본적인 행동 발달도 좋고, 사회성이 발달하는 걸 알수 있었어요. 밥먹는 행동만 잘만 가르쳐도 나머지 행동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된거죠.”
그래서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우리의 식생활이 못내 아쉽다. “아이가 식탁에 앉아 있으면 엄마가 밥을 떠주는 그림이 있는데 그게 현실이라는 것이 아쉬워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김 교수에게 메르스 예방에 효과가 좋은 음식이 있는지 효능을 묻자 고개를 가로 젓는다.
“사실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이나, 면역력에 좋은 음식은 없어요. 어떤 음식이 어디어디에 도움이 된다거나 좋을 순 있다고 말할 순 있어도 음식 자체가 어떤 효과를 바로 발휘해 줄 수는 없어요. 누군가는 비싼 유기농 음식이나 산양 우유 등에 대해 효과를 물어보기도 해요. 그냥 골고루 먹는 것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
다문화가정의 먹거리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교육에서부터 경력단절 여성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까지 약자의 편에서 일을 하는 탓에 김 교수의 개인적 시간은 거의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안식년도 가고 싶고…”라며 말을 흐리다가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른 일은 없나 알아봐야죠”라고 말한다.
먹을 것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치유를 하는 김정현 교수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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