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센터 연구소장 |
크리스 투르만(Chris Thurman)은 “인간이 성장해서 하나님의 신적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인간은 자신이 부모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하나님에게 그대로 적용하며, 부모님께 했던 것처럼 하나님께 반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부모의 사랑을 갈급해 하는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얻어낼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해서 부모를 기쁘게 하려 한다. 이 같은 부모 자녀의 관계유형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 자녀는 하나님께 사랑을 받기 위해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노력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왜곡된 신념을 가지게 된다. 즉, 부모에 대한 왜곡된 표상이 그대로 하나님 표상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님의 인정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 죽음과 같은 삶이고, 심지어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자기애적 성향에 의해 나타나는 신앙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이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사춘기 이후에 종교 활동으로 인해 부모님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게 되면 하나님표상 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시기에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이 열심히 한 것으로 인해 칭찬과 인정을 획득하게 되었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도 종교적 활동을 열심히 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에만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하나님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신앙성숙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수용하기보다는 배제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전인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그들은 그들 전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신앙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통해 과대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다.
안타깝게도 왜곡된 하나님의 표상을 숭배하는 신앙은 진정한 은혜를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그들은 맹목적으로 신앙행동에 매달리거나, 다시 자기를 과대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밴더볼스(Van der Walls)는 자기애적 성향의 성격은 자기만을 사랑하거나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만큼 자신도 사랑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볼스의 주장은 자기애적 성향의 성격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하고, 건강한 하나님 표상을 이미지화 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표상과의 관계에서는 정서적 경험이 많이 배제돼 있으며, 비록 이들이 종교체험의 본질을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신앙은 인지적 이해를 기초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지적 신앙의 특성은 사실상 하나님을 실존적 존재로 느끼기보다는 개념적 존재로 느끼는데서 비롯된다. 즉, 하나님은 멀리 계시며, 인생에 가르침만을 주시는 하나님이다. 그런 측면에서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들의 하나님표상은 관계 역동적이기보다는 정적으로 고착되어 별개로 존재하는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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