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태안군 앞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 1만 2547㎘(1만 900t)로 추정되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푸르렀던 태안 앞바다는 일순간에 마치 검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시커멓게 변했다. 이로 인해 충남 6개 시·군 해안선 70.1㎞, 해수욕장 15곳, 도서 59곳이 오염됐다. 유출된 원유는 태안군을 넘어 충청도 해안 전역은 물론 전남도와 제주도까지 흘러들었다.
전국적으로는 3개 시·도 11개 시·군, 해안선 375㎞, 도서 101곳에 기름이 밀려왔다. 말 그대로 '죽음의 바다'였다. 위기 때 한국인의 저력은 빛나기 마련이다. 충청인을 비롯해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쳐 청정 서해안 회복에 나섰다. 사상 유례 없는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안 앞바다를 찾아 방제작업을 벌였다. 이같은 국민들의 성원이 당초 환경 회복에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원동력이 됐다.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됐다. 사고 발생 4일 만에 정부는 태안군 등 6개 시·군과 전남 3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전북 2개 시·군을 추가 피해 지역으로 지정, 즉각 피해복구에 나섰다. 2008년 3월에는 '유류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피해지역 국비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예산지원 규모는 해양환경복원 2029억 원(10~19년), 지역경제 활성화사업 1209억 원(11~17년), 이미지 개선사업 46억 원(08~15년) 등 모두 3284억 원에 달한다.
국민과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유류사고 발생 8년, 태안에는 희망이 용솟음치고 있다.
무엇보다 생태계가 회복된 것이 고무적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얼마 전 태안군 몽산포와 기지포, 바람아래해안에서 쇠제비갈매기와 흰물떼새 번식지가 발견됐다. 여름철새인 이 새와 번식지의 발견은 2005년 바람아래해변의 검은머리물떼새 1쌍, 2012년 기지포해안의 흰물떼새 둥지 확인 이후 처음이다.
여름철새들이 발견됐다는 것은 태안해안의 조류서식지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국립공원연구원의 설명이다.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태안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 여름철 지역 내 32개 해수욕장과 캠핑장, 수목원, 항구 등 주요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42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48만여 명 보다 무려 171%가 증가한 177만 명이 많은 수치다. 또 2014년 한 해 동안 태안 유무료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 숫자는 874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도 관계자는 “태안 유류사고의 아픔을 치유한 것은 모든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 덕택이다”며 “앞으로 태안반도의 자연환경을 잘 가꾸어 청정 서해안 환경을 보전해 나가는 것이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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