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은 격리 상태서 돌아가신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도 하고 장례식도 치르기 어렵게 화장을 서두르는 보건당국에 한탄하며 슬퍼할 권리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대전에서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고 사망한 A(75)씨의 아들(45)은 격리병상에 옮겨진 아버지를 한 차례 면회를 통해 본 게 마지막이었다.
병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 모습을 방호복을 입고 창문 넘어 잠시 바라보는 게 아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고, 이후 임종 소식을 전화로 들어야 했다.
감염이 이뤄진 병원은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아버지를 번호로 지칭하는 현실 때문에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A씨의 아들은 “퇴원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병세가 갑자기 나빠졌는데, 메르스 이야기를 못 듣다가 확진판정을 받고서야 원인을 알게 됐고, 해당 병원은 사과 없이 격리병상에 보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메르스 확진 후 사망한 B(80)씨의 유가족은 아버지의 삼일장도 치르지 못하고 보내드려야 했다.
메르스처럼 감염병으로 사망한 경우 24시간 내에 신속히 화장하도록 규정된 탓에 확진 사망자는 임종 후 더플백에 이중으로 담겨 서둘러 화장되고 있다.
육신은 없고 유골만 남은 상황에서 B씨의 유가족은 고인을 보내는 장례가 어려워졌고, 부모를 보내는 과정이 '추모'가 아닌 '처리'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B씨의 딸(43)은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과정에 우리는 애도하거나 추모도 못한 채 정부가 주도해 서둘러 무엇인가 처리하듯 이뤄져 가족에게 상처가 됐고, 감염이 이뤄진 병원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메르스는 가족의 분단을 낳았다. 12일 사망한 메르스 확진자 C(78)씨의 딸은 자택격리돼 아버지의 임종 소식에도 배웅할 수 없었으며, C씨의 아내(74)마저 메르스에 감염돼 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화장장에는 C씨의 동생(75)이 나와 5㎏ 남짓의 유골함을 받아들었고 장례를 치를 수 없어 곧바로 선산으로 향했다.
또 지난 3일 사망 후 확진을 받은 D(83)씨의 유가족도 아버지의 부음에도 자택에 격리된 둘째·셋째 아들은 아버지를 배웅하지 못했고, 첫째 아들(62)만이 화장장을 지킬 수 있었다.
어머니(83)마저 메르스 감염이 확진돼 격리병상에 옮겨진 상황으로, 유가족은 어머니가 건강히 퇴원하기를 고대하며 아버지의 유골은 그때까지 납골당에 잠시 보관 중이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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