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ETRI 홍보팀장 |
애플은 업데이트된 음성인식처리 비서인 시리(Siri)와 아이패드에서 완전한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 'iOS 9'을 공개했다. 나의 상황을 스스로 능동적으로 인식해 개인별 맞춤형 지식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음성비서 '시리'와 검색 소프트웨어 '스포트라이트'의 기능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시리가 똑똑한 검색을 지원해주는 기능으로, 사용자의 일반적인 사용패턴과 관련 있는 위치 정보, 앱, 연락처 등을 파악해 팝업으로 띄워준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꼼꼼하고 똑똑한 비서만이 할 수 있는 제안이다. 애플이 여성 기조 연설자를 내세운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지금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 기능일지 몰라도 개인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제안이라는 점에서 이 기능들은 생각해 볼법한 거리가 많다. 이제는 한 개인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부모도 친구도 아니라 그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연락처도, 자주 연락하는 상대방도, 시간대별 검색어도, 약속이 기록된 일정도, 자주 SNS에 올리는 단어도 스마트폰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정보를 빅데이터화 해서 미래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익히 그동안 국내외 연구진들이 개발에 주력해온 미래세상을 예측하는 시스템 역시 개인의 경험과 개인의 데이터에 기반한 자료들, 즉 습관, 취미, 기호, 패턴 등에 기인한 것들이다. 이런 경험이 하나하나 모여 데이터가 되고 결국엔 몇 년의 과정을 거친다면 개인에게 가장 특화된 데이터가 쌓이게 되어 빅데이터화 될 것이다. 미래생활도 일부는 맞추게 될 것이 자명하다.
예컨대 애플의 새 기능은 내가 “지난 여름휴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스스로 스마트폰을 검색해 찾아주게 된다. 내가 두 달 후 여름 휴가기간에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떠난다면, 내 개인비서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지금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나의 여행 스케줄을 충분히 짜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미래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2013년 개봉해 본 영화 허(her)가 생각났다. 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난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많이 배려해 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고 급기야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동시에 8316명과 대화하고 있고 나같이 사랑에 빠진 사람이 641명이나 된다고 고백한다.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가 사랑한 것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 기계라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이제 실제로 벌어질 법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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