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병원과 지자체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을지대병원 입구에 설치된 열감지기가 병원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발열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 감염내과 전문의가 털어놓은 말이다. 한 아이의 부모이자 누군가의 형제인 이들은 감염 위험과 심한 피로에도 묵묵히 환자 치료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10일 지역 의료계와 종합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16번 환자(40)가 대청병원(5월 22~28일)과 건양대병원(5월 28~30일)에 입원하면서 대전에 메르스가 상륙했다.
대전에서만 20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명은 메르스 전문 치료병원인 충남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충남대병원 의료진은 '메르스' 적진 한복판에 침투한 특공대다. 특공대라곤 하지만 환자들을 24시간 살피고, 치료까지 진행해 감염 위험은 물론 피로 누적도 심각한 상황이다.
메르스 감염을 막는 방호복을 입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여 분. 이어 덧신과 장갑, 고글 등을 착용한 뒤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음압병상으로 향한다. 이들에게 방호복은 '땀복'으로 불린다.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온 몸이 땀으로 젖기 때문이다. 보호장구가 외부와의 공기를 차단해 숨이 턱턱 막힌다.
의료진은 이런 어려움에도 매일 환자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알맞은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간호사들은 메르스 환자들의 간병인 역할까지 수행해 피로감은 2배다. 이들은 “등을 긁어달라”는 환자들의 요구에 “시원하시죠?”라고 답하며 등을 긁어줄 정도로 헌신하고 있다.
현재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한 격리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은 31명이다. 의사는 전문의 2명과 전공의 2명 등 4명이고, 간호사는 27명이다. 의사들은 24시간 상주해야 하는 만큼 잠깐 교대하는 수준이고, 간호사들은 3교대하고 있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위생원과 청소원, 보안요원 등 6명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16번 환자가 6일 동안 입원해 '코호트 격리'된 대청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의사는 자가 격리 중인 8명을 제외하고 모두 출근해 24시간 비상 대기하고 있다. 16번 환자가 입원했던 51병동의 간호사 대부분은 자가 격리 중인 상태로, 나머지 50여명이 전체 환자 간호를 책임지고 있다.
메르스 공포에 젊은 간호사들이 격리병동 출입을 꺼리자 수술실과 마취실, 응급실 소속 수간호사들이 앞장섰다.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들은 2교대하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전 병동을 소독한다. 답답한 방호복 착용에 짜증날 법도 하지만 “우리가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게 한 대청병원 직원이 전하는 병원 분위기다.
건양대병원은 호흡기내과 교수 4명 중 3명이 자가 격리되고, 전공의와 간호사 등 70여명도 자택 대기 중이라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가 극심하다.
16번 환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분류돼 격리 중인 3명의 환자들을 의사 3명과 간호사 4명이 돌보고 있다. 24시간 격리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지만 이들이 의료진에게 쏟아내는 '격리 스트레스'도 받아내야 한다. 격리자들이 2주 동안의 격리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의료진에게 풀어내고 있다.
을지대병원 의료진도 과중한 업무에 지쳐가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6일 삼성서울병원을 입원했던 90번 환자(62)가 입원해 메르스 발생 위험지가 되버렸다. 의료진 52명(의사 6명·간호사 46명)이 밤낮으로 격리 중인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전념하고, 혹시 모를 환자 발생에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건양대병원 음압병동에서 근무 중인 박미용 수간호사는 “주위의 시선이 아무리 따갑던, 메르스 감염위험이 존재하던지 간에 어쨌든 나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의 한 사람”이라며 “눈 앞에 있는 환자를 두고 도망가지 않는 게 의료인의 사명인 만큼 메르스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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