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찾은 대전 동구 소재 식장산은 최근 방화로 보이는 산불이 잇달아 할퀸 곳이라고 여길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웠다.
다만, 이날 낮 12시께 찾은 식장산 중턱의 사찰 집무실에서 산림 당국 관계자들은 마주 앉아 '불'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밤에도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정확한 산불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식장산 두 곳에서 불이 났고, 18일 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산불이 났으니 '고의적인 방화'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대전소방본부와 구청 산림녹지과 관계자들도 담배꽁초나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조사가 아닌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식장산은 사찰 뒤편의 경사면에서 심각한 훼손이 발견됐다. 나무와 수풀이 축구장 3개 크기에 걸쳐 검게 그을렸고, 녹음졌을 잎들은 노랗게 말라비틀어져 만지면 힘없이 부서졌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또다른 화재 지점 역시 등산로 양옆의 나무들이 검게 타 쓰러져 비탈을 이루고 있었다.
화재가 있었던 두 지점 사이 거리는 1㎞ 남짓에 여러 등산로로 얽혀 연결돼 등산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눈에 띄지 않게 오갈 수 있을 듯 보였다.
불이 시작된 지점에는 “방화범이나 방화범으로 의심되는 자를 목격한 사람을 신고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십 년 동안 식장산을 지켜온 사찰 스님은 “그간 산불이 났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불이 연속된 적은 없었다”며 “애지중지 지켜온 산에 누가 어떤 이유로 불을 놓았는지 빨리 밝혀내야 할 일이다”고 토로했다.
식장산은 지난달 22일과 지난 8일 같은 지점에서 방화로 여겨지는 화재가 잇달아 발생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앞서 화재의 잔불이 되살아 난 불이 목격돼 진화하기도 했다.
임효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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