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성분과 껍질을 벗겨 가공한 '소양' |
소 내장 부위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은 부위지만 손이 많이 가고 비싼 것이 흠이다. 냄새를 제거하는 작업에만 꼬박 사흘이 소요된다. 부위 자체도 적은데다 손질 과정이 힘들어 가공된 수입산을 쓰는 곳이 적지 않다.
서구 탄방동 ‘정가네 소양탕’ 정하양 사장은 소양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내내 쉴 틈이 없다. 도축장에서 받은 소 내장에서 지방과 기름덩어리를 제거하고, 세척하고, 삶고, 다시 세척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가공과정을 마치고 나면 우윳빛깔을 띈 꼬들꼬들한 살이 남는데 이것이 바로 ‘소양’이다.
▲ 소양탕 상차림 |
이 집의 주 메뉴인 소양탕과 소양볶음은 이렇게 가공된 소양으로 조리된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양탕은 여기에 이틀간 우려낸 사골국물을 부어 한 번 더 끓여낸다. 사흘간 가공된 소양과 진득한 사골국물, 한 끼 식사에 불과하지만 들어가는 정성은 웬만한 보양식 이상이다. 정 사장은 “냄새가 많은 소양의 특성상 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물 역시 사골국물로 구수하고 깔끔한 맛을 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 소양탕 |
▲ 벌집문양이 선명하게 살아있는 소양 |
▲ 소양탕의 국물은 이틀간 우려낸 사골국물을 활용한다 |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 좋은 소양볶음은 수삼과 은행, 대추 등 약제를 넣어 볶는다. 볶는 과정에서 약제가 스며들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지방성분이 전혀 없어 꼬들꼬들하고 탱탱한 질감이 살아있다.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과 아삭하게 씹히는 수삼이 어우러져 절묘한 맛을 이끌어 낸다. 손님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소 내장요리의 참맛을 아는 세대들이다. 정사장은 “주변에 소 내장을 활용한 음식점은 많지만 100% 국내산 소양을 탕으로 끓여내는 집은 우리 집이 유일하다”며 “식재료의 품질과 신선도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소양볶음에는 인삼, 은행, 대추, 버섯 등 몸에 좋은 한약제와 식재료가 들어간다. |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는 한 손님은 “과거 고급 요리집에서 귀한 손님들에게만 대접했던 소양탕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며 “역한 냄새가 없어도 구수한 국물을 내는 비결이 마냥 신기하다”고 칭찬했다. 함께 동석한 주부는 “주변 어디를 수소문해도 소양을 탕으로 끓여낸 곳은 없었다”며 “옛날에 먹던 소양탕 맛을 살려 내면서도 국물 맛이 깔끔한 것이 내 입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이 요식업계를 평정하고 있지만 음식이라 하면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비로소 음식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단 한 그릇이라도 좋은 식재료와 정직을 담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장사하겠다”고 전했다.
뉴미디어부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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