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수가 35명까지 늘어난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이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
때 이른 더위 속 '메르스'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이후 딱딱하게 굳어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이 올해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메르스 발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격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마저 줄면서 상인들은 여름 비수기 관리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실제 4일 대전지역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중구 A전통시장은 그동안 북적거리던 분위기와 달리, 썰렁한 기운만 감돌았다. 이른 더위에 채소가 상할까 연신 물을 뿌리고 녹은 냉동용 얼음을 교체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상인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하루 수입에 의존하는 상인들은 메르스 감염 우려 속에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열었지만,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오전 마수걸이'도 드문 일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최대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철 소비자들의 지갑마저 쉽게 열리지 않자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은 곳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처럼 메르스 확산 공포가 본격화되면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전통시장 등 공공장소는 가지 말아야 할 기피장소로 전락해 그만큼 매출 감소는 현실이 됐다.
나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여름에는 다른 때보다 사람들이 오지 않지만, 올해는 유난히 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예년 같지 않다”며 “푹푹찌는 더위에 메르스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시장에 손님은 없고 상인들만 남아 있어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메르스 감염 우려 속에 외출을 삼가는 '방콕'족이 늘면서 예방용품 등을 집 안까지 배송해주는 온라인 몰로 구매자가 몰리고 있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필요한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주요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예방용품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는 게 메르스가 낳은 유통가 신풍경이 됐다. 실제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KF94·N95 마스크를 검색하면 A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검색은 되지만 막상 클릭해보면 일시품절이나 판매중이 아니라는 안내 문구가 뜨고 있었다.
약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르스 불안감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마스크로 불리는 KF94·N95 마스크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동이나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메르스 공포가 영세한 시장상인들의 매출 감소로 그대로 이어지는 게 안타깝다”며 “이제는 단순히 보건정책의 문제를 떠나 경제의 문제로까지 메르스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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