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의 정책과 사업에 대한 평가를 지방정부가 나서기는 쉽지 않다. 사자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돈과 실권을 쥐는 중앙기관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는 평가보다 현재의 틀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물론, 한계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황인호 대전시의회 부의장은 “일부 논의 구조가 있다 하더라도 그동안 겪어봤듯이 한계는 분명하다”며 “인근에 중앙행정기관이 많은 대전에서 먼저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대를 통해 활로를 찾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 전문가그룹, 언론계 등 지방정부와 함께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각계 분야를 중심으로 공론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형태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박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이를 컨소시엄(Consortium)으로 표현했다. 박 교수는 “시민단체와 학계, 지역언론, 지방의회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지역마다 비슷한 형태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전국 지자체가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폭넓은 전문가그룹의 참여 필요성도 언급했다. 행정학자뿐 아니라 법학자와 재정학자 등이 지역사회에서 구성된 컨소시엄과 함께 지방정부의 중앙행정기관 평가 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해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시·도지사협의회나 시·도의장협의회 등을 통해 중앙기관을 평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를 위해선 논의를 시작해 공론화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와 함께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접근하는 게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확한 평가지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평가지표는 한 두 사람이 아니라고 관련 학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해야 중앙기관도 인정한다”며 “정치학회나 행정학회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지표라도 중앙기관이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앙기관의 정책과 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 공무원과 지방의원, 그리고 시민의 평가를 통해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끝>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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