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 날은 물 빠지는 시간이 오후 4시 30분부터였다. 마지막 배편이 오후 4시 15분이니 등대섬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거제까지 왔으니 구경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티켓을 구매하기로 하고 10시 40분에 들어가 오후 2시에 나오는 티켓을 구매했다. 점심이 애매할거 같아 터미널 2층에서 충무김밥도 샀다. 들어가기 전까진 몰랐다.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부족하단걸….
출발시간에 맞춰 여객선 타는 곳으로 나갔다. 2층 구조의 배가 기다리고 있었고 신분증과 티켓을 보여주고 배에 올랐다. 아이들이 있어 1층의 방안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40분을 달려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픈아이를 돕기 위한 통기타 동아리 회원들의 노랫소리였다. 섬에서 들어서 그런지 더 운치있었다. 일단 등대섬은 못 건너가더라도 전망대까지는 올라가 등대섬을 비롯해 주변을 감상하리라 생각하고 안내판을 살펴봤다. 왼쪽으로 돌아서 가는 방법과 가운데 길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방법이 있었다. 우리는 왼쪽 길을 택했다.
갑자기 좁고 험한 산길이 이어졌다. '조금만 가면 다시 평탄한 길이 나오겠지'란 생각으로 한참을 갔는데 길은 더 험해졌다. 경사가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바위도 나오는 험난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중간중간에 쉬는 사람을 비롯해 새참을 먹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배가 고프던 우리도 평평한 바위에 터미널에서 사온 충무김밥을 펼치고 먹기 시작했다.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허기를 달래기엔 충분했다. 전망대는 아직 멀었는데 타고 나갈 뱃시간은 다가오고, 우리는 다시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험난한 산길을 약 30분정도 걸으니 비교적 평탄한 길이 나왔고 섬 가운데를 가로질러 오는 길과 만났다.
소매물도는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코스가 아니다. 낮은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가야한다. 최소 3시간이상의 여유를 갖고 구경해야 하며 힐이나 불편한 신발보다는 운동화를 비롯해 가벼운 활동화를 신어야한다. 간단한 음식이나 수건, 여벌옷도 챙기는게 좋다. 특히 소매물도를 갈 때 바닷물이 빠져 물길이 열리는 시간을 체크하고 가야한다. 물길이 열려있어야 등대섬을 건너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체크는 필수다. 자칫 시간착오라도 생긴다면 섬에 들어갔다 나오지 못하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잦은 기상변화로 예고 없이 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단단히 여비를 챙기는게 좋다.
▲가는길=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리고 거제 저구항에서 타면 40분이 걸린다.
▲먹거리=섬 안에 식당과 매점, 커피숍 등이 선착장 근처에 있다. 하지만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도시락 및 김밥 등을 사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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