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종합병원 강제 이동제한…환자·보호자 '혼란'

'코호트 격리' 환자 바깥출입·층간 이동제한…일부 보호자 출입못해 몸싸움 병원 “전염예방 위해 불가피”… 격리기간 병원비는 자체 부담

●메르스 공포 확산

“병원 안에서 보호자 도움이 필요한 환자는 어쩌라구요”, “진료 이력때문에 다른 병원에선 진료도 못 받아요”

3일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진 대전 모 종합병원. 출입문 앞에서 환자를 둔 일부 보호자들이 병원 직원들과 한때 몸싸움을 벌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전날 이 병원에 입원환자와 의료진의 바깥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보호자까지 더이상 병원에 들어갈 수 없도록 통제됐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간 보기 드문 종합병원의 출입제한 조치에 입원환자는 물론, 의료진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전에서 메르스 첫 확진환자 A(40)씨가 복통과 고열 증상으로 국가지정 대전 격리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 엿새간 이 병원에 입원했었고, 같은 병실에 있던 입원환자 1명이 추가로 메르스에 감염됐다.

2일 발생한 3차감염자를 포함한 이들 3명은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에게서 감염된 2차 감염자가 대전에 내려왔다가 전파된 3차 감염 사례라는 점에서 감염균의 사회전파 직전단계로 우려됐다.

이에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균의 병원 밖 사회확산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종합병원 1곳에 입원환자와 의료진 출입제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이 종합병원에 출입제한 조치를 모른 채 병원을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렸고, 오후부터 일부 외래진료만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코호트 격리로 병원 내 입원환자 100여명은 바깥 외출은 물론이고 층간 이동도 제한됐고 보호자들은 환자가 있는 병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남편(64)을 병문안 온 보호자 안모(59·여)씨는 “당뇨때문에 병원 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치료받으러 다녀야 하는데 보호자도 들어갈 수 없다니 병을 낫게 하라는 것인지 키우라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보호자 김모(61)씨는 “아내가 교통사고로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엊그제 퇴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는데 이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강제 퇴원당했다”며 “첫 확진이 나올 때까지 입원을 계속 받아들여 피해자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한때 메르스 환자가 확진 전 이틀 입원했던 또 다른 대학병원은 이동제한 등의 조치는 없었으나 호흡기내과 의사 4명 중 3명이 격리돼 의사 1명이 호흡기 진료를 도맡고 있다.

대전 보건당국 관계자는 “메르스의 병원 밖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이동제한 조치로 최대 14일까지 생각할 수 있으나 그전에라도 질병관리본부에서 해제 조치가 내려올 수 있다”며 “격리되는 기간 병원비는 해당 병원에서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