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종 충남도 다문화팀장 |
'남의 일에 쓸데없이 간섭 한다'라는 뜻도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철없는 사위가 처갓집 제사에 와서 눈치도 없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예쁜 사위라 해도 성씨도 다른 사람이 참견하면 눈 흘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참견할 시간에 '내 딸한테 좀 더 잘해주지', '네 집안은 어떤 데?' 라는 생각도 가질만하다. 하물며 집안이나 동네 등 같은 나라에서도 풍습이 다른데 말도, 피부도, 역사도 다른 지구촌은 얼마나 풍습이 다양할까 상상이 간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000씨는 한국에 산지 5년째이다. 처음 한국에 와서 시댁을 방문 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
처음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간 날 남편이 시부모에게 큰절을 시켜서이다. 하고 싶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남편이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한국에서의 큰절은 웃어른께, 명절이나 제사 때 등 좋은 의미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잘못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나라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기를 누렸던 번데기가 있다.
지금도 시장에 가면 많이 사먹고 통조림으로도 팔리고 있다. 그러나 번데기를 먹는 우리를 보면 외국인은 기겁을 한다. 반면 죽은 나무에서 캐낸 살아 있는 굼벵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기겁을 한다.
사실 '도긴 개긴(도찐 개찐)'이다. 서로의 음식문화가 조금 다를 뿐이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3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1937년 러시아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에 대해서 방영을 한 적이 있다.
1870년대 한반도 북부의 대기근으로 인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뒤 다시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아픈 한국 이민역사를 품고 있는 산 증인들이다.
고려인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굶어 죽고, 얼어 죽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황무지를 개간하여 그들만의 삶을 이어갔고, 이제는 카자흐스탄에서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 되었다.
고려인들은 러시아의 강력한 동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말은 서툴지만 그들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이웃들도 고려인들의 음식을 먹고, 문화를 함께 즐기고 있다. 다문화사회에서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문화의 잣대로 선을 그을 것이 아니라 선주민이 먼저 이해해주고 정체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다른 집 제사의 풍습을 존중해 주고 인정하는 것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사이좋은 이웃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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