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정부를 평가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우선 합동평가다.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30여개 가까운 정부부처 합동으로 올해만 238개 지표를 평가한다.
개별평가도 있다. 이는 정부 각 부처가 업무 특성에 따라 말 그대로 개별적으로 하는 평가로, 항목은 100개를 훌쩍 넘는다.
합동·개별평가까지 하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일년 내내 중앙기관의 평가에 시달리는 셈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실상 통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세종청사 모 부처 관계자는 “통제라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사업 수행 과정과 결과를 점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필요한 평가도 상당하다. 충남도가 '용감하게도'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정도다. 도는 합동평가에 대해, 국가위임사무 등에 국한된 평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수치로 따지면 전체 지방사무 1만1991개 중 2%(238개)에 불과한 만큼, 이를 토대로 지방정부의 종합행정력을 평가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명칭을 국가위임사무 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개별평가의 경우 합동평가와 별개로 해야 함에도 중복되는 사례가 많고, 두 평가지표 모두 지역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등 형평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주 내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방통행식 평가다. 중앙기관은 정책이나 사업 등을 자치단체가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평가하지만, 그 정책과 사업이 좋거나, 적절한지에 대해 자치단체가 평가하는 체계는 없다. 자율성이 중요한 가치인 지방자치의 본질과 맞지 않고, 피드백 없이 공급자가 수요자인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중앙기관도 관리자 입장에서만 평가해선 안 된다. 정책이 좋고, 잘 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지자체가 평가할 수 있는 틀을 이제는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부처를 평가하는 곳도 있다. 국무총리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매년 중앙행정기관 등이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직접 각 부처의 정책과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는 없다.
신중론도 있다. 중앙과 지방행정을 모두 경험해본 이명수(아산) 국회의원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국가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를 지자체가 평가하면 자칫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재 여건에서도 충분히 논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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