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세상…갈 곳 없는 노숙인의 집

대전노숙인센터 7월 철거예정, 인근 텅 빈 사무실 '임대 거부' 이전 보상액도 재책정 못 받아 200여명 보호·치료 역할 위기

노숙인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찾아주는 노숙인 지원센터가 갈 곳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7월 말 철거를 앞두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노숙자의 안전 위협까지 예고된다.

매년 노숙인 200여명을 상담하는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옮겨 갈 곳을 찾지 못하면서 그동안 제공한 장·단기 숙식 제공, 보호·치료, 일자리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위기다.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노숙인 복지를 위해 사용하던 동구 정동의 건물이 철도변정비사업의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7월로 예정된 공사에 맞춰 헐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설을 옮겨야 하는 노숙인 지원센터는 노숙인시설이라는 부정적 편견과 현실적이지 못한 이전비용에 또 다시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대전역 인근 건물 몇 곳에 찾아가 사무실 임대를 문의했지만, 건물주들은 번번이 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숙인을 꺼리는 건물주의 편견 탓에 건물 내 상가가 오랫동안 비어 있어도 임대해주지 않는 차별까지 겪고 있다.

특히, 노숙인 지원시설이라는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사무실 이전 보상비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다.

때문에 직원 사무실을 비롯해 노숙인을 위한 쉼터 및 상담실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금의 이전 보상비로는 사무실을 구하거나 인테리어를 할 수 없는 규모다.

7월로 예정된 공사일까지 시설 이전을 못할 경우에는 노숙인의 안전과 보건을 돕는 지원센터 운영에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노숙인 지원센터는 보상액 재책정을 요구했으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는 물가상승률 명목으로 55만원 증액하고 공탁을 걸어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

김의곤 노숙인 지원센터 소장은 “대전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현재처럼 쉼터와 상담실 등을 만들 빈사무실을 찾고 있지만, 임대를 거부하고 보상도 현실적이지 못한 실정”이라며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해당 지원센터는 건물 세입자기 때문에 시설 이전비만 줄 수밖에 없다”며 “상가는 영업 손실액을 계산해 보상금을 책정하지만 노숙인 지원센터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임효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