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단장은… 1962년 금산 출생. 충남대 기계공학교육과 졸업, 충남대 기계공학과 석·박사, 한국 기술교육학회장 역임, 현재 청소년창의기술인재센터장, 충남대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재직중. |
▲전국 유일의 사범대 특성화 사업단=김기수 단장이 이끄는 'NCS기반 공업기술교원 양성체제 구축 사업단'은 사범대로서는 유일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단이다.
김 단장은 “충남대 공업기술 교육은 전국적으로도 특성화 돼 있는 분야거든요. 대한민국의 공업기술교사양성 교육을 우리가 담당하는데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자질있는 교사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책무성도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특성화된 공업기술 교육을 또다시 특성화사업을 한다는 것에 교내에서도 저항은 컸다. “학교 대표 사업단으로 뽑혀 신청을 해야 하는 과정이 만만치만은 않았어요. 이미 사범대가 특성화 돼 있는데 뭘 특성화 할 것이냐는 거죠. 사실 여러 성과 지표도 낮았지만 당위성을 가지고 설득에 나섰습니다.”
교육학과와 건설공학교육과 기계·금속공학교육과, 전기·전자·통신공학교육과, 화학공학교육과, 기술교육과 등 6개 학과가 뭉쳤다.
사업단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인 NCS다. “NCS는 학벌 중심이 아니라 능력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이거든요. 직장에 들어갈때 학벌로 보는게 아니라 회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사회로 가자는 게 근본적인 취지입니다. 우리 졸업생들은 공고로 대표되는 공업계 고등학교의 교사가 되는데 결국 그들이 가르치는 아이들은 NCS에 기반한 채용에 대게 되는데 교사가 NCS를 모르면 어떻게 교육을 하겠어요. 우리 학생들이 결국 NCS교육기반과정을 학교 현장에 가서 운영해야 할 주체거든요.”
사업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재는 그래서 '기술적 문제해결력을 갖춘 교사'다.
김 단장은 “그것이 바로 키워드”라며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야 되지만 이를 실천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해외 선진지인 핀란드 공부 시스템을 견학하거나 해외 현장실습도 운영한다.
김 단장은 이어 “공업기술교원이다 보니 학생들하고 만드는 것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자기만의 실제 교육 모델을 만들고, 학생들끼리 경쟁도 하는 교육 자료 프로그램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업단은 공업교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에도 중점을 뒀다.
“우리 학교 오는 애들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인데, 이들이 가르치는 공업계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편모나 편부 슬하의 위기의 가정속 애들이 많잖아요. 그런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그 세계를 알지 못하면 어떻게 그들을 지도하겠어요?”
그래서 사업단 프로그램에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많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모여 있는 대안교육기관에서 봉사를 하거나 위기의 아이들과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낙후소외 지역에 가서 벽화 그리기도 하고 현장의 교사들을 초청해 교사로서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비교과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정규 교과 트랙안에 창의 인재개발론이나 교육 봉사, 안전 교육에 관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기도 했다.
▲'재기 가능한 세상'을 말하다=김 단장은 충남대 기계공학과 81학번 출신이다. 박사까지 충남대에서 마치고 다시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니 뼛속까지 충대인인 셈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가 미래의 기술 교사들을 가르치는 일, 어땠을까?
김 단장은 첫 강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3학년들 첫 강의에 갔는데, 남녀 학생이 반반이 섞여 있는 거예요. 여학생들과의 수업은 해보지도 않았고, 여교수님들에게 수업을 받아 본 적도 없었거든요.”
여기에 기술교육과에 와 기계 공학 전분야를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도 컸다. 10년전에 배웠던 대학교재까지 끄집어내 밤새워 강의 준비를 했던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강의 준비로 밤새우고 수업시간인 2교시에 맞춰 강의실에 갔는데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거예요. 알고보니 1교시 수업이었던 거죠.”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이제는 공학자가 아닌 교육자의 모습이 됐다. 김 단장이 강단에서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을 사랑할 줄 아는 교사가 되라'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교사가 돼라.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또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면 실력있는 교사가 돼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어요. 사실 선생님의 내공은 아이들이 먼저 알아 보잖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해요. 그리고 또 한가지 그동안은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했지만 사실 세상은 공부 말고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인도하라고 말을 하죠.”
이 같은 얘기는 김 단장이 몸소 느낀 말이기도 하다.
“사실 제가 촌놈이거든요. 금산 마전에 있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한 4㎞거리를 걸어다녔어요. 그땐 사실 학교가 뭔지도 모르고 다녔던 거죠. 그런데 대학에 와 보니 세상의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눈을 보게 된거죠.”
다양한 길이 있는 세상이 보였다면 이걸 정말 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그것을 '재기가 가능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자기가 노력하면 원하는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고, 노는 것도 일 하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잖아요. 자신이 노력했던것을 이루고 달성하는 것. 그런 행복한 삶은 일렬종대가 아닌 횡대로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죠.”
밤새워 학생들의 임용시험을 함께 준비하고, 또 매일 궁동에 가서 학생들과 함께 지낸날을 손에 꼽을수 없을 만큼 김 단장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한다.
“사실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오기 어렵잖아요. 저도 그랬구요. 그래서 제 방은 학생들이 항상 찾아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요.”
그래서 이제는 문 열린 그의 연구실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을 이해하는 교사를 꿈꾼다=사범대 학장이기도 한 김 단장에게 최근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은 누구보다도 체감이 크다.
김 단장은 “그냥 시장논리에 맡기다 보면 열세인 지방대들은 도태가 될 거예요. 그런면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동의해요. 하지만 너무 심하게 개입하면 문제”라고 말하며, 정부의 사범대 정원 조정에 대해서도 “그동안 정부가 교사자격증을 남발해 왔잖아요. 그런 면에서 교원 양성수 구조조정을 해야된다고 봐요. 하지만 현재 교원 임용 숫자를 기준으로 그 수급사항에 맞는 구조조정은 반대”라고 밝혔다.
최근 사범대가 임용고사 준비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적인 능력, 지식전달자의 역할을 평가하는 시험으로서의 임용시험은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물론 교사가 그렇게 지필시험으로 교사를 선발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임용고사에는 교사 양성 교육에서 이미 교사로서 갖춰야 할 능력이나 교사철학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범대 교수 입장으로서 임용시험도 중요하지만 교사로서의 필요한 능력에 강조한다. 이번 'NCS기반 공업기술교원 양성체제 구축 사업단'의 정규 교육과정안에 창의 인재개발론이나 교육 봉사, 안전 교육에 관한 교육과정을 넣은 것도 그 이유다.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많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창의인성교육이 필요하고, 아이들이 중심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해요. 하지만 학부모가 되면 내 자식만은 안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원하는 교사상은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고, 또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교직에 대해 환멸도 많이 느끼고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김 단장은 입시때마다 면접을 보는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이 될 것이냐'고 묻는다. 그들의 사고나 철학을 공유하는 것들에 소홀할 수 없을만큼 여전히 현장에 있다. 성공보다는 성실함에 방점을 찍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력을 키우다보면 세상은 그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그의 믿음에 앞으로의 교육자로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대담·정리=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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